임상요
술 취한 바닥이 이마에 붙었다 머리카락이 거꾸로 섰다 쾌청하다는 말로 삿대질을 했다 빙빙 혈관이 겹쳐지고
(중략)
있잖아 생일날 아득해져서 악다구니가 되더라
초록을 잡초라고 우겼다 초록 물결이 차가워서 호호 불어주었다 내가 나를 안아도 춥구나
조명에 간격이 생기고 내가 내 머리카락을 잘랐다 복병처럼 비명을 쥐어짜고 있었다
엎어져서 처분만 기다리는 줄 아무도 몰랐다 내가 생소해서 검은 밥처럼 굴러갔다
바닥은 바닥으로 넘쳐났다.
스무 살 생일은 비성인과 성인의 경계선이 되는 날이다. 위의 시의 시인은 그날에 대해 무척 부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스무 살 그땐 바닥의 바닥까지 내려갔으며, 그해 생일엔 악다구니가 되어 “비명을 쥐어”짰다는 것. 그에게 성인이 된다는 건 “내가 생소해서 검은 밥처럼 굴러”가는 것처럼 어두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위의 시를 읽고 나니, 바로 그러한 낯섦이 스무 살에 걸맞은 심정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