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숲속에는 매미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바다 물놀이가 즐거웠던 영일대 해수욕장도 지난 18일 일요일 저녁에 폐장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으나 해변을 찾는 시민의 발걸음은 여전히 북적거린다. 이제 농부들은 호미를 씻어 놓고 휴식을 취하는 농한기에 들어가겠지만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은 작은 삽을 들고 김장용 배추나 무를 심을 즐거운 계획을 세우겠지…. 이때쯤 한줄기 큰비라도 내려 더위를 씻어주는 ‘처서 매직(magic)’을 기다려 보지만, 올해의 첫 태풍인 9호 ‘종다리’는 기세 좋게 서해로 올라오더니 어저께 열대성 저기압으로 기세가 꺾인 후 소멸하여 돌풍과 함께 엄청난 폭우를 뿌리며 중부지방을 지나가 버렸다.
올해는 8월 중순까지 태풍 소식이 없는 이례적인 기상 상태를 보여주더니 이번 백중사리 때에 맞추어 종다리의 날개짓으로 서해안을 넘치게 하고 습한 찜통더위로 전력수요도 100GW(기가와트)급으로 급증시켰다. 종다리는 종달새, 노고지리라는 텃새인데 북한이 제시했던 태풍의 이름이다. 이 종다리는 6년 전에도 12호 태풍으로 우리나라를 위협하더니 일본 본토를 휘젓고 거꾸로 한 바퀴 돌고는 남중국 쪽으로 빠져나갔었다. 그때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서울 지역을 40도 가까이 달구었었는데 이번 종다리는 대구 포항 권역을 35도 이상의 찌는 듯한 열기로 덮어 계속 달굴 모양이다.
이런 무더위 속에 덮쳐 온 나쁜 소식이 있다. 잊혀져 가던 코로나19의 재확산이다. 새로운 변이로 의료공백 장기화로 가뜩이나 불안한 의료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감염자 수가 한 달 사이 6배로 빨라졌고,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까지 35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증상이 감기나 독감과 유사하여 유행 속도가 빨라지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이 더운 여름철에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고민이 생겼다. 65세 이상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증세가 인지되면 즉각 검사하여 확산을 막아야 하는데 이제 팬데믹 현상으로 4급 감염병이라 격리 의무는 없다.
또한 8월 말은 각급 학교의 개학 기간이다. 초중등은 이미 개학한 곳이 많겠지만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모든 학교가 문을 열게 되니 철저한 방역으로 지난 4년간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코로나19가 계절독감과 같이 치명률이 낮은 만큼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치료제와 백신 접종에 대한 대책을 확실하게 세우고 있는지 염려스럽다.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두 달간 돼지와 닭 등 가축이 100만 마리 가까이 폐사하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어류도 500만 마리 이상이 물 위로 떠올랐다. 배추, 시금치 등 채소도 피해를 입어 밥상 물가를 들썩이고 있으며 이상기후가 추석을 앞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걱정이 태산이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기온으로 인해 강에는 녹조, 바다에는 적조가 두터워지고 가을을 맞으며 밀려온 태풍은 집중호우를 퍼붓는다. 무더운 8월, 잘 익은 붉은 복숭아의 달콤함에 빠져 시원한 휴식을 취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