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연일 뜨거운 폭염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의 마음에 시원한 승전보를 전해주며 한밤의 열기를 날려주고 있다. 파리 세느강을 따라 태극기를 휘날리며 들어왔던 우리 선수단은 이름도 틀리게 불렸지만 21개 종목 143명의 선수들은 개막 사흘째에 벌써 ‘활·총·칼’에서 금메달 5개를 목에 걸며 영광스러운 시작을 알렸다.
펜싱 사브르의 오상욱은 금빛 찌르기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고, 여자 10m 공기권총의 오예진은 8년 만에 사격의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그리고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세 여궁사가 쏜 화살은 황금빛 과녁을 뚫고 우리 양궁의 역사를 새로 썼다. 88서울올림픽부터 시작된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후 40년간 10번이나 연속 금빛 화살을 쏜 것이다. 다음 날 열린 남자양궁 단체전에서도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 세 명궁들이 ‘텐텐텐’을 기록하며 프랑스를 이겨 3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고 남녀동반 3연승까지 이루어 냈다. 그리고 여자 공기소총에서는 19세의 반효진이 하계올림픽 100번째의 금메달을 안겨주어 잠시 메달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자정을 넘기며 중계방송을 보는 긴장감에 잠은 달아났다. 여자양궁은 대만과 네덜란드를 이기고 중국과의 결승에서 전훈영 선수가 첫발을 10점에 꽂고 슛오프까지 갔었지만 마지막 3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켜 10연승 양궁의 신화를 썼다. 이 10승 중 중국과는 다섯 차례나 이겼다. 남자팀도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직경 8cm의 과녁을 연이어 적중시킨 ‘텐텐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맏형 김우진의 마지막 화살이 10점에 적중했을 때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활솜씨가 가슴 가득 차올랐다.
예부터 우리 조상은 말 잘 타고 활을 잘 쏘았다고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렀다. 아시아의 대륙을 깔고 앉은 중화민족은 사방의 이민족을 자신들 보다 미개하다고 생각하여 동이서융(東夷西戎)과 남만북적(南蠻北狄)의 오랑케라고 불렀다. 동이의 이(夷)자는 큰 활(大弓) 이라는 의미의 문자로서 동쪽의 활 잘 쏘는 민족이고, 서융의 융(戎)은 창 과(戈)자가 섞여있으니 창을 잘 쓰는 민족이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남만의 만(蠻)은 벌레 충(蟲)자가 들어있고 북적의 적(狄)에는 개 견(犬)자가 붙어있으니 너무 멸시한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고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우리를 ‘동방의 큰 활을 쓰는 어진 민족’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니 웅대한 단군조선의 역사를 가진 우리는 작은 오랑캐 민족이 아니다. 이제 큰 활을 들고 강대국으로 일어서야 한다.
나무의 탄성을 이용하여 화살을 날려 보내는 활은 총기류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요한 무기였다. 활쏘기는 신라 때 관료를 뽑는 기준이었고, 조선시대에는 무과 실기 7개 중 4개가 국궁의 실력을 시험했다. 이러한 동이족의 인물 중에 동명성왕 주몽은 ‘활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고 이성계와 정조 대왕도 명궁의 설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동이족 후예들이 앞으로 많은 세계대회에서도 금빛 과녁을 쏘아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