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시인과 박계현 화백의 포항 메타포
포항에 가면
펄럭이는 것은 깃발만이 아니다
포항에 가면 심장이 먼저 나부낀다
죽도시장 흐릿한 백열등 아래서
돈보다 많은 삶의 가치를 얻어먹었다
송도에 가면 그리움이 너무 넘쳐서
태평양을 향해 코를 풀었다
갈매기가 톡톡 찍어주던 느낌표
아직 눈썹에 남아 있다
포항역 육교에서 보랏빛 칸델라 불빛을 보며
이별도 배웠다
기차는 떠나도 사람은 남는다
포항에 가면
추억이 너무 많아서 몸살을 앓는다
첫사랑 기다리던 골목길에서
껄렁하게 앉아도 보았지
코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인생공부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강을 건넜지만
포항에 가면
객지의 설움이 설탕이 된다
포항에 가면
사람이 된다.
비록 포항을 떠나 살고 있지만 항상 포항은 심장의 안쪽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자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나에겐 항상 고고(高高)하고 고고(孤孤)하다. 보수적이지만 당돌하다. 골목길 끝에서 돌을 던지고 도망가는 계집애 같은 심성이 늘 팔팔하게 살아 있다. 동해바다가 그 배경이리라.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