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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will be back?

등록일 2024-07-16 19:46 게재일 2024-07-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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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격’  긴급 기고
김준협 RISTI 미래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준협 RISTI 미래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미국 동부 시간 2024년 7월 13일 토요일 오후 펜실베니아 유세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총격 습격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의연하게 주먹을 불끈 쥐며 “Fight(싸워라)!”는 입 모양을 보이며 지지자들을 결집한다. 이에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한목소리로 “USA! USA!”를 연호한 진풍경을 연출하며 트럼프 후보는 경호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발생한 직후 전 세계 언론 매체와 각국 정부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이다. 때마침 상대편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논란과 트럼프 후보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어 더욱 이러한 대결 구도에 무게추가 기울어진 모습이다. 어느 후보 또는 정당을 지지하는지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후보가 대중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직 미국 대선까지 100여 일이 남아 있지만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미국과 전 세계에, 그리고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이미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를 한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식 당시 트럼프가 했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America First!”일 것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 미국을 우선하겠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이 지금까지 전 세계의 문제에 관여하며 세계 경찰 역할을 하던 것을 중단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 다른 국가로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한 바 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서도 미국으로부터 의구심을 갖게 되는 시기가 바로 지난 트럼프 행정부였으며, 이 시기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임기 내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의 5배를 인상하라는 압박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잣대는 북대서양방위조약(NATO)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 NATO 소속 주요 국가들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의 국가에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NATO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지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줄곧 유지하였다. 미국은 자신들에게 경제적으로 불리할 경우 우방국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 수단을 종종 쓰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철강 등 분야에서 對미국 흑자를 줄곧 유지해 왔는데,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수입 철강에 관세 25%를 부과하며 한국 철강업계를 곤혹스럽게 한 바 있다.

트럼프 후보가 다가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이와 같은 정책이 재현되리라는 것을 어렵지않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어쩌면 지난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미국 국내적으로는 불법 이민자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고, 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동맹의 가치보다는 적자생존의 가치가 앞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유무역의 가치보다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우선 안보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고리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다시금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되고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체 핵무장 논의가 힘을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 국가가 핵무장을 하면 주변국들도 핵무장을 하게 되는 “핵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지금까지는 금기시되어 오던 핵무장 논의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피격 직후 트럼프 후보 모습.  /AP 연합뉴스
피격 직후 트럼프 후보 모습. /AP 연합뉴스

경제적으로는 2차전지, 재생에너지와 같은 탄소중립 관련 산업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미 2차전지 분야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 속에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기존 내연기관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금 높아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서 전기자동차와 2차전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곳에게는 그야말로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정에 불과하다. 미국 대선까지는 아직 100일이 넘게 남아 있다. 그리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제정세가 생각보다는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부정적으로 예상하게 되는 이유는, 이미 우리 모두 트럼프 행정부를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 명쾌하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어쩌면 크게 변하는 것이 없을지 모르겠다. 이미 태초부터 국가 간 관계라는 것, 정치인의 정책 결정이라는 것이 언제라도 순수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적이 있었던가? 그래도 최소한 이상적으로나마 ‘세계 평화’와 같은 그럴 듯한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소위 쿨하게 “그런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하였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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