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개보수 투입 철야근무 등<br/>30일 일하고 150일 작업 계산<br/>일당 22만원에 150 곱해 받아<br/>고임금에 역내 업체들 ‘화들짝’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 개보수에 투입된 현장 근로자 A씨가 지난달 3300만원의 임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흐름이 다른 현장에는 어떻게 반영될지 등을 놓고 역내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개보수 현장에 참여했던 다른 근로자들도 어느 정도 일만 했더라면 월 급여가 2000만 원∼2500여 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져 이차전지 사업 등을 하는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1981년 2월 첫 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4고로는 이후 1994년과 2010년 두 차례의 개수를 했으나 2차 개보수 후 14년이 흐른 2023년 5300억원을 들여 3차 개보수에 착수, 지난달 27일 화입식을 가졌다. 3차 개보수에는 총 1년 4개월이 소요됐지만 쇳물생산이 중단된 것은 재가동 직전 4개월 정도였다. 작업에 동원된 연인원 38만여 명도 이 시기에 집중 투입됐다.
현장 투입 근로자 월 3300만원 급여도 이때 나왔다. 어지간한 근로자 연봉에 달하는 월급을 받게 된 것은 포항철강단지플랜트사용자협의회와 포항플랜트건설노조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단체 및 임금협상 결과에 기인한다. 2024년 현재 현장 근로자 경우 일당은 17만8000원으로 체결돼 있다. 추가 근무 등에 따른 임금 등의 협의는 사용자인 기업체와 근로자의 몫이다. 모 현장 작업반장이었던 A씨는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일 22만원을 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당 22만원을 받더라도 A씨의 급여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동료들보다 적었다. 동료들은 철야 및 휴일 근무 등을 하다 보니 수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기 때문이었다. A씨는 소속 회사 임원에게 자기도 같은 조건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 승낙을 받았다. 이후 A씨는 한 달 동안 자정까지 일하기를 반복했고, 수시로 철야 근무를 자청하기까지 했다. 몸은 다소 고달팠지만 반대로 추가 수당 분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결실은 한 달 후 월급으로 돌아왔다. 철야 수당 등을 합계하니 30일 한 달 동안 일한 것이 150일 작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당 22만원에 150을 곱해 33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물론 이 정도 급여를 받는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셧다운 현장 같은 곳에서 가끔씩 발생하는데 이번 포항제철소 화입식 같은 경우가 거기에 해당된다. 가동 날짜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그 안에 준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근로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시기를 전후해 근로자들은 사용자 측과 추가 협상을 실시, 최대한의 이익을 이끌어 내곤 한다. 이번에도 쇳물 생산이 중단된 4개월 동안 3개월 간은 하루 일하면 0.5일을 보너스로 받아냈다. A씨의 급여가 3000만원을 넘어간 것도 그런 부분 등이 모두 반영된 결과다.
모 플랜트 회사 대표는 “고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식 날짜가 결정되어 있으니 근로자들이 사용자들을 볼모로 잡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이번에 월 2000만원을 넘는 현장 인부들이 1000여 명 이상이다 보니 당국에서 혹 불법인 재하도급을 줘서 발생한 건 아닌지 실태를 들여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 합의된 임금도 현장에서 뒤틀어지기 일쑤여서 근로자가 월 3000여만원을 받아가는 이면에는 손해를 본 사용자도 있었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플랜트건설노조포항지부와 사용자 측은 2024년 임단협을 두고 올해 13차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파업권을 획득한 노조 측은 이 문제를 포스코가 책임지고 해결하라며 현재 포항제철소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노조포항지부 소속 노조원들은 27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시라·구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