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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쏟는 장마전선

등록일 2024-07-11 19:52 게재일 2024-07-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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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겹게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다. 흐리고 습하고 번개 치며 굵은 비를 뿌리는 우리 한반도의 특정 기후 현상이다. 보통 6월 중순에 시작하여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을 맞는 마음은 무겁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이 길어지는 이유는 북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남서풍과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동 기류가 만나서 한반도의 동서로 긴 장마전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즉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경계선에서 두 기단(氣團)의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서로 밀고 당기며 한곳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집중호우를 퍼부어 강둑을 무너뜨리고 들과 마을을 침수시키며 산사태를 일으켜 우리의 마음을 짓뭉개고 있다. 참으로 계절의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장마, 한자어인 줄 알고 길 장(長)자에 ‘마’는 무슨 글자일까 찾아보았더니 순 우리 한글이라 한다. 500여 년 전 옛 문헌에 ‘오랜 비’라고 ‘댱마’라 했던 것이 ‘장마’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자로는 장우(長雨) 임우(霖雨), 일본은 매우(梅雨)라고 하고, 때맞추어 내려주면 산과 들을 씻어주고 논밭에 물을 뿌려주니 감우(甘雨)라는 말도 있다. 오뉴월의 보리장마, 초여름의 고치장마, 초가을의 건들장마도 있다는데….

거의 일정한 장마철이 언제부턴가 들쭉날쭉하여 한반도 기상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고 2009년부터 기상청에서는 장마 예보를 중단했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강수 기간이 길고 강수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어저께 이틀 동안 포항 오천에는 장마 기간 전체의 2/3인 2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고 기계면에는 시간당 56.5mm라는 기록적인 장대비가 쏟아졌었다. 이제 소강상태가 되었지만 다음 주에는 계속해서 장맛비 내리고 포항은 29도 이상으로 무덥겠다고 한다.

태풍은 아직 소식이 없지만 대구·경북에 쏟아진 폭우로 금호강이 범람하고 오천 냉천에서 밀려온 황토물이 영일만을 누렇게 덮어버렸다. 멀리 군산은 시간당 131mm로 수백 년 만의 물 폭탄을 맞았고 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도 재해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열대 수증기가 집중적으로 지나가는 ‘대기의 강’은 군산 서천과 안동 상주를 잇는 장마 띠를 만들어 도로와 주택을 침수시켰고 토사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수확을 앞둔 채소와 과일 등에도 피해를 입혔으니 당국은 피해복구와 농작물 시설 등의 안전 보호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긴 장마로 불쾌지수와 우울감이 높아져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정치계를 보자. 특검이니 검사 탄핵이니 하며 여·야 기압골을 형성한 지가 벌써 수개월째, 대통령은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고 야당은 당대표 연임 도전을 의식하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폭풍을 일으키려 하고 있으며 국힘당은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후보 간 비방을 폭우처럼 퍼붓고 있으니 가뜩이나 무더운 장마철 피해에 정신이 아득한 국민에게는 억수장마가 쏟아지려 하고 있다. 다음 주에 다시 장맛비가 쏟아지고 나면 태풍이 몰려올지 모른다. 우리 모두 천재지변에 잘 대응하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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