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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협박, ‘양치기소년’ 보듯 해도 되나

등록일 2024-06-25 18:42 게재일 2024-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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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야당 단독으로 연 국회법사위 청문회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증인으로 불려나온 전직 국방장관과 현역 해병대 장성을 상대로, 보기가 민망할 정도의 인격모독을 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언행은 많은 시청자를 분노케 했다. 박지원 의원은 정 위원장이 ‘10분간 증인 퇴장’ 명령을 반복하자 “한발 들고 두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 되지 않느냐”며 조롱하기도 했다. 당장 전쟁이 나면 부하들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야 할 현역 군인을 앉혀놓고 모욕과 협박을 하는 국회의원의 거친 태도는 충격적이었다.

법사위 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러시아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북·러간 파트너십 조약’체결에 대해 우리정부가 대응조치를 취하자, 즉각 “보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푸틴의 거침없는 협박을 듣는 우리 국민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참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들이 무차별 살육되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들이 집단 성폭행당하는 외신뉴스는 지구촌 전체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라고 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나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한국의 안보위기를 우려하는데도, 우리정치권은 ‘정쟁’에 여념이 없다.

22대 국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오히려 러시아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친다. 대통령실이 북·러 군사조약에 항의하며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한·러 관계를 파탄 내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푸틴입장을 두둔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과거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과 관련해 우리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휴전선에서 고사포탄 날아가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거냐”며 빈정대기도 했다.

국가안보마저 정쟁으로 몰아가는 민주당 행태를 보면서,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 정치상황이 오버랩된다. 조선은 연산군 이후 임란 직전까지 4대사화와 훈구·사림 세력간 당쟁, 관료들의 부정부패, 여진족과 왜구의 약탈사건 등으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백성들은 당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관료들은 당쟁으로 날을 지새웠다. 그러다가 1592년 4월 임란이 발생하자 관료와 정규군은 대부분 도망가고, 의병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조선을 유린한 임진왜란의 참혹함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러시아는 6·25전쟁 당시 북한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해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제 군사원조를 핵심으로 하는 북·러간의 조약체결로,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 정치권은 푸틴의 협박을 ‘양치기 소년’ 보듯 해선 안 된다.

국가 안보는 절대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정치인들이 현역 해병대 장성을 국회에 불러 모욕을 주고, 북한과 러시아의 도발을 정쟁용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임진왜란 전의 조선 정치상황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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