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운영위·법사위 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관례상 제1당은 국회의장, 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아왔고 운영위원장은 의석수에 관계없이 여당 몫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법사위원장을 여당에 주면 운영위·과방위 위원장을 포기하겠다’는 협상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추 원내대표로선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민주당이 그동안 필수 상임위로 강조했던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을 비롯해 지역 예산이나 사업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국토위·문화체육위·교육위 위원장 등 ‘알짜 상임위’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민주당은 나머지 상임위원장 7자리도 이번 주 중 선출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모든 상임위 활동을 전면 거부할 방침이어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원 구성 후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이화영 특검법’ 등을 통과시키고,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회가 완전히 ‘민주당 세상’이 됐다. 여당에 비판적인 유승민 전 의원조차 “총선에 압승한 민주당이 ‘이재명 유신독재’로 타락하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다. 여당으로선 민주당이 어떤 무리한 입법권을 행사하든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경우 22대 국회 본회의가 2차례 열렸지만, 아직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입법독재에 맞설 세력은 이제 ‘민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