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회는 의석수를 기준으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게 관례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법대로’(다수결) 국회 운영이 이뤄질 경우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통과의 관문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위해 제2당이 맡아왔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는 운영위원장도 집권당이 맡는 게 상식이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것은 법사위가 검찰·법원을 견제할 뿐 아니라 탄핵소추를 관할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겨냥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을 발의했다. 지난 3일에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검찰수사를 수사하겠다는 특검법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자제를 겨냥한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야권이 이를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법사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해 ‘반(反)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상임위원장을 거대 야당이 독식하겠다고 하는 것은 ‘의회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4·10 총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175석을 준 것은 ‘입맛대로 국회를 운영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소수의견을 존중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근본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