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넘어서면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병원 중에서도 서울 ‘빅5’와 같은 규모가 큰 병원에서는 하루에 10억원 이상 적자가 난다고 한다.
대구·경북지역도 마찬가지다. 경북대병원은 최근 병원장이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의료진의 진료 공백으로 병원 경영이 상당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 병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자금이 부족해 금융기관 차입을 고려한다”고 공지했다. 경영위기는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파티마병원, 영남대병원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계속되면 곧 문 닫는 대형병원이 생길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료계는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의사들과 더 이상의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이다. 마치 환자를 볼모로 ‘치킨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의정갈등이 이대로 지속하면 남는 것은 ‘파국’뿐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석 달을 넘어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이 유급되면 매년 3000여 명씩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수련 기간을 못 채우면 ‘전문의’ 수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게 무슨 의료개혁인가. 이제라도 정부와 의료계 양측은 한발씩 물러나 타협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