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언급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의 첫 단독 외교’라는 말이 비난의 불똥이 튀어 외교(外交)의 의미를 되내어 본다.
외교는 주로 군사적 또는 정부 간 협상을 다루는 정무 외교와 경제 외교가 주된 것이지만 근래에는 역사와 전통, 문화, 예술 등의 가치를 내걸고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높여 국가 간 공감대를 엮어나가는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즉 다른 나라의 국민 대중을 대상으로 하여 이해와 신뢰를 높여나가는 보이지 않는 외교도 중요하다. K-팝이나 K-드라마 같은 인기가 국격을 높여주고 방산 무기와 AI 산업 특화도 우리나라를 세계적 관심으로 ‘힘 있는 나라’의 반열에 올려놓아 많은 국가가 우리와 좋은 관계 맺기를 희망한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딸, 게바라 마치 박사가 “미국의 반대에도 쿠바와 수교를 맺어준 한국을 쿠바 국민은 환영하며 앞으로 한국의 선진 기술이 쿠바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는 지난 2월에 전격 수교했었다.
우리의 외교가 미·중·일·러시아의 4강에 편중되어 온 것은 지정학적 이유가 컸지마는 이제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 우호를 쌓아가고 있다. 따라서 강대국의 논리에 맞추어 나가는 약한 나라에서 한 단계씩 우리의 길을 개척하는 힘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국격(國格)이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이 말은 중국의 당서(唐書)인 노탄전(盧坦傳)에 나오는 말이며, 평소에는 만만하게 보여도 내면의 강인함, 즉 타인에게 겸손하고 예의 있게 행동하면 존경받는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힘을 갖고 평화와 안정을 누리며 국제기구에도 적극 참여하여 여태 한국 외교의 고질병이었던,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의 눈치 보는 것에서 벗어나 주의 깊게 정세를 읽고 정확한 판단으로 이겨나가야 한다.
얼마 전 푸틴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에 미·영·EU는 불참했으나 우리는 러시아 대사를 보냈고, 타이완의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식에는 정부 측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었을 테다.
외교의 임무는 국가 이익 즉, 자유 독립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만큼 줄타기 외교도 해야 한다. 그러나 내유(內柔)까지 되면 곤란하다. 특히 내분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내강(內剛) 즉, 겉으로는 부드러우나 마음속으로는 꿋꿋하여 결코 약하지 않아야 된다. 우리는 형제라고 하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위협도 받고 대법원까지 해킹당했는데, 정치권의 분열과 민심의 이반까지도 일어나고 있으니 너무 몰랑하게 보이는가? 7년 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대통령이 ‘혼밥’을 먹고,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도 속이 강건하지 못한 탓일까…. 부끄럽다.
앞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라 미군 철수나 감축이 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니 국가 안보를 위한 외교 역량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