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세상에서 가장 천진한 얼굴로/ 봄의 가장자리를 펼치는
역광의 사진에는/ 어깨동무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꽃잎은 계절의 빗장을 열고/ 소리 소문 없이 떨어지고
해그림자 짙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으로/ 언 호수를 두드리는 사람들
백색의 수면 아래 / 두 손을 맞잡은 우리가 보입니다
불멸을 꿈꾸던 조각난 빛처럼/ 끝없이 봄날을 부유하는 꽃잎으로
얼마나 오래 이곳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봄날이 가고 꽃잎이 “소리 소문 없이” 떨어진다. 세월은 그리 지나가지만 세월을 이기고 존재하는 사진 속 “어깨동무한 두 사람”인 ‘우리’가 있다. 이 사진은 “봄의 가장자리를 펼치”고 “봄날을 부유하는 꽃잎으로” 존재하는 ‘불멸’의 우리를 보여준다. 그 영원성은 ‘두 손을 맞잡은 우리’로 여기 ‘언 호수’의 백색 수면 아래에서 현현한다. 우리의 영원성은 얼어붙은 세계를 두드리고 열게 하는 빛의 조각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