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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정보공개청구 남발, 공무원들이 멍든다

등록일 2024-05-08 19:36 게재일 2024-05-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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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인이 제기하는 무더기 정보공개 청구로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악성민원인이란 공무원에게 부당한 요구나 폭언을 일삼거나, 같은 청구를 반복해 업무를 마비시킬 의도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악성민원은 심각한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공무집행 방해에도 해당되지만 대부분 공무원은 보복이 두려워 참고 넘어간다. 지난 3월에는 포트홀 보수 공사를 위해 교통을 통제하던 경기 김포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전국 자치단체가 비슷한 추세지만 경북 예천군을 예로 들면, 민원인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지난 2020년 551건에서 2023년 1715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민원인 중에는 최근 3년에서 많게는 5년 이상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직원들이 서류 복사나 개인정보 확인 작업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3년간 공무원의 개별 출장 및 업무추진비 집행 내용을 청구할 경우, A4용지 2천 장이 넘는 분량의 문서를 담당자가 작성해야 했다. 정보공개 청구는 신청 접수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하게 돼 있다. 예천군 한 공무원은 “특정부서를 대상으로 악의적으로 자료를 청구하는 때도 있고, 지인을 활용해 동일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민원 취지와 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치단체가 심의위를 열어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총 354만6822건인데 이 중에서 상위 10명이 청구한 게 82만7160건이다. 1명당 많게는 30만 건 가까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의도적으로 담당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정부의 법령개정에 맞춰 자체 조례 개정을 추진중이다. 해당조례가 정당한 정보공개 요구에 대한 거절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곤란하지만, 악성민원을 근절할 수 있는 장치로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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