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첫 창작 동요가 100살이 되었다.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의외로 제목을 맞히기 어렵다. 정답은 내용에 없는 ‘반달’이다.
올해는 한국 첫 동요로 인정받는 ‘반달’이 탄생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24년 경성(지금의 서울)에 아동 문학가이자 작곡가인 윤극영은 관동대지진에서 탈출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고통 받다 숨진 누이의 죽음으로 복받친 설움을 안은 그의 눈에 보인 한 장면은 바로 ‘반달’의 가사가 된다.
그가 평생 지은 수많은 동요는 어린이거나 한때 어린이였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노래였다. ‘까치까치 설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드름’ ‘따오기’ ‘기찻길 옆’ ‘어린이날 노래’ ‘나란히 나란히’ 등 그가 작곡한 주옥같은 동요다. ‘반달 할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600여 곡의 동요를 남겼다.
동요가 된 목월의 ‘얼룩 송아지’ 노래비가 경주 황성공원에 있다. 1968년에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 노래비가 세워졌는데, 그중 하나가 목월의 ‘얼룩송아지’ 노래비다. 박목월이 짓고 서울대 음대 출신의 손대업이 작곡해서 널리 알려진 동요다. 이 노래는 1960년대 문교부 제정 음악 교과서에 실렸고, 어린이들은 물론 국민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소는 우직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동물이다. 농부인 아버지의 곁에서 논과 밭을 갈고 짐을 운반하며 팔려서는 자식들의 학자금이 되었던 든든한 자산으로 우리와 뗄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가장 쉽고 많이 부르는 동요 ‘송아지’의 주인공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토종 한우인 얼룩배기 ‘칡소’를 보고 동시를 썼다고 한다.
동시가 동요가 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동요축제 ‘KBS창작동요대회’가 33회를 거치는 동안 400여 편의 새 동요를 발표하였다. 1989년 ‘그림 그리고 싶은 날’을 시작으로 ‘수수꽃다리’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꼭 안아줄래요’ ‘내 손은 바람을 그려요’ 그리고 작년 대상곡 ‘뻥뻥 뻥튀기’까지 이 시대 어린이들의 감성을 표현하는 동요들이 발표되고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제34회 KBS창작동요대회에서는 창원문협 도희주가 쓴 노랫말 동요가 대상을 수상했다.
‘멍멍 기분이 좋아/ 헥헥 강아지가 / 내 품으로 달려온다/ 졸랑졸랑 우리는 좋은 친구/ 꿈속에서 우리는 좋은 친구’-‘강아지’부분
경주문인협회 주관 2024년 제57회 목월 백일장 초등저학년 장원작품이다. 시제는 초등저학년은 강아지 또는 우산, 고학년은 엄마 손과 봄비 중에 선택한다. 중학생은 달력과 사춘기, 고등학생은 보름달과 돌다리, 대학 일반부는 계단과 회오리였다. 어린아이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아서 표현한 문학 장르의 하나인 동요가 인구감소와 더불어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이번 목월 백일장을 통해 가족의 연대를 보았다.
원고지를 받아 든 참가자들이 숲의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글을 쓰기 위해 텐트와 앉은뱅이 탁자를 들고 오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두런두런 시제에 대해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소풍 나온 것처럼 보이던 그들이 낮 12시까지 본부석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모두 마음이 바빠 보였다.
아이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듯이 동요가 사라지는 날을 생각할 수 없다.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부터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따라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기를 어른들의 모습을 그냥 모방함으로써 동요를 잃어버리고 있다. 지금 목월의 시(詩)가 세상 사람들에게 향수(鄕愁)를 느끼게 하고, 그리움은 수채화처럼 번져 과거와 현재가 어울림으로써 세상이 살만한 가치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목월의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