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 우리 고유의 명절 중 하나인 한식(寒食)날이다. 한창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에 웬 찬밥인가? 예부터 나라에서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켜서 쓰는 개화(改火) 의례를 행했는데, 버드나무를 문질러 불을 피우고 관청과 대신들 집에 나누어주었다고 하며, 그 사이에는 불을 사용할 수가 없어 ‘찬 음식’을 먹었다는 얘기다. 이날은 쑥떡이나 약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일년내내 병 없이 지내라는 의미이며, 또 ‘손 없는 날’이라 성묘하고 산소를 돌보며 잔디를 깎는 개사초(改莎草) 풍습은 지금도 행해지는 풍습이다.
또한 한식은 농부들이 소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볍씨를 담그어 농사 준비를 하는데 이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풍년이 들고 바다에서는 풍어를 만나는데 세찬 바람과 함께 큰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하루 전날이 24절기 중 다섯 번째인 청명(淸明)인데, 밭 흙에 비료를 섞고 골고루 가래질하는 봄밭갈이 시작의 날이기도 하다. 한 해의 양식을 마련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점점 잊혀져 가는 듯하다.
봄의 논밭길을 걸으면 온갖 봄나물들이 파릇하고 산과 언덕엔 곱고 화려한 꽃나무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올해는 따뜻한 3월이 계속된 탓인지 벌써 목련꽃들은 베르테르의 눈물처럼 꽃잎을 떨구는데, 일주일쯤 일찍 만개한 하얀 벚꽃이 영일대 호숫가에 둘러서서 풍성한 꽃잔치를 벌이고 호미곶 10만 평 들판은 노란 유채꽃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러한 봄날, 식목일에는 나무도 심어야 하는데 그동안 산림녹화가 잘 되었는지 근래에는 큰 식목 행사를 볼 수 없고 집안 뜰에 몇 그루의 꽃나무 심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올 4월의 아스팔트 거리는 하얀 벚꽃 아래로 색다른 펄럭임이 요란하다. 4월 10일에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무수히 걸려 있는 후보자의 현수막들이다. 생소한 이름들도 많이 보인다. 빨강과 파랑, 초록과 노랑 색깔 옷을 입은 후보자와 도우미들이 꾸벅꾸벅 인사하고 선거방송 트럭이 지나가면 귀가 먹먹해진다. 집집마다 배달된 커다란 봉투에 두툼하게 담겨진 선거공고물도 다 읽기 어렵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이번 선거판에 뛰어든 정당 수는 무려 40개, 비례대표 투표지 길이가 자그마치 51.7cm라고 하니 어이가 없고, 전국 952명의 후보자 중에서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46명, 즉 300명을 뽑아야 하는데 이중 전과기록 보유자만 32%인 300명이 넘는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약 4천430만 명 중에서 경북은 약 220만, 가능한 많은 유권자가 정당한 주권을 행사해 주면 좋겠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딱 한 달 남겨둔 이번 선거는 향후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라고 생각되어 유권자들을 어지럽게 만드는 그 많은 이슈와 선거공약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의 인성과 경력, 가족관계 등도 꼼꼼히 따져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나라가 바로 설 것이다.
4월의 청명한 봄날, 아름다운 꽃나무 아래에서 찬 음식 먹은 깨끗한 정신에 밝은 눈, 맑은 마음으로 고른 올바른 나무 한 그루씩을 자신의 꿈을 가다듬은 두 손으로 바르게 심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