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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세상의 이모저모: 버스 정류장

등록일 2024-04-03 17:52 게재일 2024-04-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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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일럿(Copilot)을 통해 생성형 AI 툴인 DALL.E를 이용하여 작성한 스마트한 버스 정류장 이미지.

현대사회에서 대중교통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 무엇인지 인공지능 코파일럿(Copilot)에게 물어보았다. “현대사회에서 대중교통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은 지하철입니다. 지하철은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교통 복지와 편의를 제공하며 도시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소프트웨어 발전과 함께 꾸준한 발전 덕분입니다.” 지하철이 없는 지역도 많은데 버스 정류장이 아니겠냐고 다시 물으니, 마지못해 수긍해 주는 듯한 답변이 나온다. “버스 정류장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이 더 대표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지역 사회의 이동성을 지원하고, 지역 간 연결을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지역 특성과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대중교통이 더 대표적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하면, 오래된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초콜릿 박스를 들고 앉아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거나, 남녀 주인공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등의 낭만적인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의 버스 정류장은 그렇게 긍정적인 감성의 공간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수도권 도심의 버스 정류장에 노선별 대기판을 새로 도입했다가 오히려 퇴근길 대란을 겪은 사례가 소개되었다. 30~40미터 길이의 정류장에 1미터 간격으로 13개의 노선별 대기판을 설치하여 버스는 정해진 위치에만 서도록 변경했다. 그 결과 퇴근길 버스 정류장이 1천여 명의 탑승 대기자로 가득 찼고, 지정된 대기판 앞에 정차하기 위해 기다리는 버스들로 인해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져 결국 9일 만에 운영을 중지하게 되었다. 기차나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다른 차들과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였던 것 같다. 그 후 부근에 정류장을 추가 개설하여 버스 정차 위치를 전후방으로 분산하고 노선을 일부 변경하는 등의 일대 교통 혼잡 해소 대책을 실시했다. 다행히 얼마 전 버스 운행 시간이 최대 13분 줄고, 퇴근 시간대 정류소 밀집도가 약 56% 줄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해결책을 고안하고 시행하는 과정에 담당 부서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이 된다.

버스 정류장에 스마트 기술이 더해지면서 단지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도심의 매연과 극한의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쉘터’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버스 정류장이 스스로 주변 공기 질을 측정하고 냉난방과 공기 청정을 실행한다. 큼직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버스 노선과 다음 도착 버스 정보를 대기자에게 알려주어 미리 탑승 준비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쉘터 안에 장애인이 대기 중이라는 것을 가까운 저상버스에 미리 알리기도 한다. 공항 라운지처럼 버스 대기자를 위한 별도의 라운지가 운영되는 곳도 있다. 추위나 무더위, 나쁜 공기 속에서 몇십 분씩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한편, 기다리는 시간 자체를 줄여 주는 노력도 있다. 일부 수도권 광역 노선에서는 앱을 이용한 좌석 예약제가 시행 중이고, 4월부터는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앱에서 원하는 버스, 내리는 곳, 타는 곳을 순서대로 선택하면 해당 노선의 기점 출발 60분 전까지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버스 이용자는 출퇴근 시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사전에 예약해 둔 버스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버스 운영자 입장에서도 사전에 이용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으니, 이용자와 버스 기사 모두에게 편리함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곽지영 태재대학교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장
곽지영 태재대학교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장

그런데 이렇게 되면 혹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버스 이용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지, 예약자와 현장 탑승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기술의 적용 뒤에는 항상 양지와 음지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서 뿐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나 별도의 대기 공간에서도 일종의 ‘현장 예약’이 가능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큼직한 글씨의 예쁜 번호판을 버튼으로 만들어 배치해 두고, 엘리베이터처럼 꾹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줄서기가 된다면 어떨까? 자신이 선택한 버스가 만석이라면 그 다음 버스를 몇 분 더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도 나올 것이다. 큼직한 디스플레이에 아이들도 알아보기 쉬운 그림으로 버스 운행 노선과 좌석 예약 상황을 보여주고, 몇 개의 탑승구 앞 디스플레이에 버스의 실시간 위치를 기반으로 다음 정차할 버스 번호가 표시된다면 탑승객들은 눈치보지 않고 느긋하게 자신이 원하는 버스 번호가 표시된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버스 기사들에게는 정류장 도착 전 자신이 정차해야 할 정류장의 위치와 대기 중인 탑승 인원이 표시되니 미리 준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이 인공지능 코파일럿은 물론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마트 세상에 걸맞은 모습으로 계속 변모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특히, 실제 운영 상의 어려움을 미리 예측해보고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가 없도록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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