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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등록일 2024-01-18 20:04 게재일 2024-01-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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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피비린내 나는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제위에 오른 당 태종 이세민은 인재경영에 몰두했다. 자신에게 수 백 차례 이상 간언하며 속을 뒤집기도 한 위징(魏徵)을 내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할 말을 하는 신하들을 곁에 두고 소통하며 자기검증을 했다.‘덕행을 쌓은 군주는 귀를 거스르는 말을 듣고, 얼굴을 살피지 않고 하는 간언을 좋아한다. 군주가 충신을 가까이 하려면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를 후하게 대우하고, 참언하기 좋아하는 자를 질책하며, 간사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정관정요)

태종은 제위에 있던 23년 동안 방현령, 두여회, 위징 등 인재를 등용, 국정을 잘 다스렸다. 문화를 꽃피워 ‘정관의 치’로 부리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든 것은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는 정치 철학이었다.

22대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는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총선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오는 4월 10일의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결과에 따라 국정의 틀이 바꿔 질 수도 있다. 여야가 총력을 쏟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30%대를 오르내리며 바닥을 기고 있다. 취임 2개월여 만에 40% 선이 붕괴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은 좀체 반등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게걸음이다. 정권 심판론이 정권 안정론보다 우세한 탓이다. 원인은 대통령에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8월 이후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다. 최근 기자회견 필요성과 가능성이 부쩍 높게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불통을 지적받는 이유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도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 특검 거부권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60~70%나 된다.

대통령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의 벽’인 국정지지율 40%대를 뛰어넘고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패배시 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협치 부재, 인사 파행,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독단과 불통이 초래한 일이다.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긍정 평가받는 항목은 결단력과 추진력, 뚝심이지만 지지율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단적, 일방적, 불통이라는 평가 극복이 최우선이다.

당 태종은 열린 마음과 소통으로 명군이 됐다.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모으고 그들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알았다. 대통령 자신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지 않고는 답이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참모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외치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의 침략 위협이 가중되고 있고 국제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간다. 경제도 선진국형 불황에 빠졌다. 세계 최악의 출산률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위징 같은 바른 소리를 하고 방울을 달아 줄 참모가 필요하다. 이에 앞서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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