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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관광객 외면받는 포항 워터폴리

장은희기자
등록일 2023-11-22 19:56 게재일 2023-11-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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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송도 등 8곳에 50억 들여 설치<br/>관심과 발길 뚝 끊겨 “유명무실” <br/>색 바랜 페인트에 쓰레기도 쌓여<br/>관광 포인트 역할 상실 비난까지
송도워터폴리.
송도워터폴리.

포항 앞바다와 형산강 주변에 다양하게 건립된 워터폴리(전망대)들이 관광 포인트로 제역할을 못하는데다 자연 경관까지 해친다는 비난이다.

포항시가 최근 수년간 송도·영일대해수욕장, 포항운하 주변 등지에 모두 50억원을 들여 지은 워터폴리 8곳이 시민·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흉물로 전락, 전시행정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

22일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맨 남쪽에 위치한 영일대워터폴리에는, 이날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지만 하루 종일 이곳을 오르는 시민은 단 한명도 없었다.

많은 시민들은 맨발로 바닷가를 따라 걷거나 뛰면서 일상을 즐겼으나 워터폴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고래 모양의 영일대워터폴리는 지난 2017년 포항시가 공사비 7억3천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당시 시는 영일대워터폴리는 ‘자연환경과의 공존’을 주제로 설치했는데, ‘전망대·등바위·물방울쉼터 등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해 조형화했다’고 홍보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날 송도해수욕장 워터폴리도 시민 등의 외면으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 역시 시가 지난 2017년 포항시의 시조(市鳥)인 갈매기 형상으로 공사비 7억9천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당시 시는 송도폴리는 ‘미래를 준비하며 비상을 준비 하는 갈매기 형상’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날 이곳 1층 계단 주변은 페인트의 색이 바래 있었고 3층 꼭대기 한 편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형산강워터폴리.
형산강워터폴리.

영일대·송도워터폴리 등의 하루 방문객 수는 ‘0명’일 때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

형산강 입구의 형산강폴리는 지난 2018년 공사비 17억여원을 들여 ‘동해안 일출 해오름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지어졌다.

이곳 방문객 수는 2021년 8천578명, 2022년 8천885명으로 하루 평균 23명 안팎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다시 6천845명(11월 16일 기준)으로 감소했다.

포항의 또 다른 갈매기폴리 2곳과 민들레폴리 2곳, 물빛마루폴리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민 김모(45·두호동)씨는 “바닷가 폴리를 지을 당시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스토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현실은 정 반대가 됐다”면서 “특별한 홍보나 행사 없이 도심 관광 포인트로 자리매김한 광주 폴리와 너무 비교된다”고 말했다.

송도워터폴리.
영일대워터폴리.

전문가들은 리모델링니나 재건축 등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로 ‘워터폴리를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백승만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물은 장식품이 아니라 이용물이므로 활용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면서 “폴리를 재점검하고 스토리를 입히는 등 잘만 리뉴얼하면 해안가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가치나 활용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노후화된 폴리는 개·보수할 계획”이라며 “송도해수욕장이 개장하면 방문객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폴리(FOLLY)’란 마당이나 정원에 설치해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장식용 건축물을 이르는 말로, 우리나라의 정자와 비슷하게 사용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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