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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품격

등록일 2023-11-16 19:55 게재일 2023-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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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입이 험해진다. 품격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시장바닥에서나 들을 법한 거친 말들이 난무한다. 상대방 입장과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상스러운 말을 마구 뱉어낸다.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요즘 우리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품격(品格)’은 사전적 의미로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다. 그런데 이 품격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 낯선 말이 되고 있다. 특히 정치판의 저질 발언과 행동은 국가 품위를 좀먹는다. 국민들은 모멸감마저 느낀다. 자긍심은 형편없이 망가진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고 호칭해 물의를 빚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돈 봉투 사건과 관련,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지랄을 하고 있는지. 미친놈들 아니냐”고도 했다. 며칠 동안 한 장관에게 험한 말을 퍼부었다. 한 장관에 대한 원념이 느껴진다.

여기에 다른 민주당 의원들까지 한 장관을 겨냥한 거친 표현을 하며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의 토크콘서트장을 찾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Mr. Linton’이라고 부르며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면박줬다. ‘혐오 정치’라는 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틀 뒤 ‘앙숙’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칸막이 하나를 두고 식사하다 자신을 비난하는 안 의원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고함 질렀다가 비난을 샀다. 이 전 대표는 ‘인성’ 문제와 함께 ‘싸가지’ 없다는 평가를 달고 다닌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당 대표까지 지냈다. 우리 정치판의 현주소다. 매사에 모범을 보여도 부족한 판국에 천박한 언행으로 눈총받고 있다.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의 품격을 보여준다. 고맙다고 인사할 줄 알고, 자신의 실수엔 고개 숙이며 상대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품격과 가치를 갖춘 사람이다. 그런데도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이 많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인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람이다.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이 항상 대중 앞에 노출된다. 그만큼 조심하고 사려 깊은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막말로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일쑤다. 정치인 전체가 매도당할 수 있는 그런 언행이 곧잘 터져나온다. 절제와 포용, 정직, 신의, 배려는 품격의 전제조건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와 행동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4류 한국 정치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성과를 여지없이 깎아내리고 있다.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신인 성대중은 ‘청성잡기’에서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內不足者,其辭煩,心無主者,其辭荒)”고 설파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품격 있는 정치인, 존경받는 정치인을 과연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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