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대구·경북(TK)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27일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중동 순방에서 돌아온 첫 지방일정으로 보수의 텃밭인 TK 지역을 택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오래전 잡힌 일정”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전통적 지지기반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안동 병산서원을 방문해 지역 유림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통을 존중하고 우리 전통문화 창달과 자기 책임을 다하는 데서 국가 발전이 있다고 본다”며 “국가, 고장, 가족, 직장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유림의 절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북도청을 찾아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추진 중인 의대 정원과 관련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편중된 상태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기에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기 위한 핵심은 교육과 의료다. 정부는 교육의 다양성과 지역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고, 박 전 대통령과 단둘이 묘역을 추모하러 가는 길에도 “대통령으로 일해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었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순방 직후 연이틀 TK와 연관이 있는 활동에 나선 것은 총선 위기론 탓이다.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TK에서마저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유승민 전 의원·이준석 전 대표 중심의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에 균열이 생겼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보수 결집을 통한 발판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보조를 맞췄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안동을 방문한 날 경주 원전현장인력양성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북도의회 워크숍에 참석, “우리 당이 변화와 쇄신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뭐든 다 해야 한다”면서 단합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TK가 보수의 심장이긴 하지만 소홀했던 점도 있었다”며 “최근 다양한 소문으로 흔들렸던 적도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다지기에 나서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