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숲 산책로가 끝나는 유강리 정수장과 형산강을 잇는 상생숲길 인도교가 지난 10월 10일 준공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철길숲 산책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이로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형산강 맞은편 연일 지역까지 도보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분들께도 희소식일 것이다.
‘걷기 좋은 도시’를 넘어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시민의 이동권 문제와 직결된다.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에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어서 이동할 권리를 ‘보행권’이라고 한다. 아직은 비교적 낯선 개념이지만, 앞으로 더 강력하게 지향해야 하는 권리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보행권 차원에서 포항의 도시공간은 아직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보행 인프라가 갈 갖춰져서 도보로 이동하기 좋은 지역은 철길숲 근처와 형산강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인프라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도보 이동은 자동차를 이용할 때와는 전혀 다른 도시경관을 감각하게 해 준다. 철길숲이나 형산강을 따라 오래 걸어 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알 것이다. 보행로를 따라 걸으면 자동차의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과 완전히 다른 풍경과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 하늘, 나무, 풀, 유유히 흐르는 강물, 지나쳐가는 사람들, 산책 나온 반려견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까지. 보행자의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와 습도, 바람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포항을 자동차로만 경험한다면, 포항을 반쪽밖에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도보 이동은 지구환경 보호의 차원에서도 권장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물론이고, 최근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차조차도 완전히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논외로 하더라도, 동력인 전기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보행 인프라를 잘 구축하여 멀지 않은 곳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친환경인 이유다. 마찬가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인 자전거 도로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가 모두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확실히 분리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도보 이동은 시민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최근 맨발 걷기 붐이 뜨겁지만, 굳이 맨발이 아니더라도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다. 편안한 신발 한 켤레 외에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며, 관절을 비롯한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운동에 따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현대인으로서는 이동과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스마트폰의 걷기 어플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매일매일의 걸음 수를 확인할 수 있으니 걷기에 재미를 붙이기 쉽다.
가을은 걷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운동을 위해서든, 출퇴근길이든, 볼일 보러 오가는 길이든 상관없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잘 맞는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 보자. 걷고 싶은 도시, 포항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