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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교체 '지지 37%' - '반대 34.9%' 엇비슷… 대구 정치권 긴장

박형남기자 · 고세리 기자
등록일 2023-09-26 19:47 게재일 2023-09-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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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응답도 28.1% … 시민들이 향후 정치 동향 보고 결정할 여지 남겨둬<br/>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큰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 55.5% 괘념치 않다는 반응

대구 정치권이 현역 의원 교체 여부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10월 진행되는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의원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용산 차출설까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의 내년 총선 차출을 요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대구 의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대구 국회의원들로서는 이런 상황이 영 달갑지 않다. 2016년 대구에서 발생한 ‘진박(진짜 친박근혜) 파동’까지 소환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인사와 현역 의원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대구·경북(TK) 중진의원들을 대거 공천 배제시키는가 하면, 원칙 없는 공천 기준 때문에 당이 시끄러웠다. 당시 TK 현역의원 교체율은 64%였다. 한창 역할이 기대되던 TK지역의 중진의원 대부분이 공심위의 횡포 속에 희생양이 됐다. 비상식으로까지 불리게 된 2020년 총선 공천을 이번에 다시 바로 잡아 TK정치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총선 역시 대통령실 TK인사 4∼5명의 출마가 유력하게 나돈다. 이미 해당 지역구도 거론되는 마당이다. 대구 북구, 대구 중·남 등은 용산 차출설의 대표적 지역구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선 국민의힘 중앙당이 수도권에 승부를 걸고 있는 만큼 TK중진 수도권 차출을 내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대구 의원들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들은 당연 좌불안석이다. 용산 차출설을 예의주시하며 앞으로 있을 당무 감사를 대비하는 등 컷오프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중부권 남부권 ‘현역 지지’, 북부권 동북권 ‘현역 지지X’


윤석열 대통령 탄생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 대구 시민들은 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본지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현역의원 재지지 여부 민심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현역의원을 ‘지지하겠다’와 ‘지지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은 37%였고,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34.9%였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8.1%나 돼 시민들이 향후 정치 동향을 보고 결정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지지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은 대구지역의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인 55.2%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 54.3%(매우 잘하고 있다 36%, 잘하는 편이다 18.3%)에 비해서도 한참 부족하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전국에서 보수 정당을 가장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는 대구시민들이 현역 국회의원의 평가는 다소 냉정하기도 하고 냉혹하기도 하다.


지역별로는 중부권(대구 중·남, 대구 서), 남부권(대구 달서, 대구 달성)은 ‘현역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대구 북부권(대구 북)과 대구 동부권(대구 동구, 대구 수성구)은 ‘현역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다소 높은 대구 북부권의 경우 ‘지지하겠다’ 34%, ‘지지하지 않겠다’가 39.9%를 차지했다.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은 26.1%였다.


동부권 역시 ‘지지하겠다’ 34%, ‘지지하지 않겠다’ 39.2%로 나왔으며, ‘잘 모르겠다’는 26.9%로 집계됐다.


반대로 현역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다소 높은 중부권의 경우 ‘지지하겠다(38.4%)’는 응답이 ‘지지하지 않겠다’(27.1%) 보다 11.3%포인트 높았다. 남부권은 ‘지지하겠다’ 가 40.7%였으나 ‘지지하지 않겠다’도 32.3%로 나타났다. 이 선거구는 ‘잘 모르겠다’가 27%여서 언제든지 긍정과 부정이 뒤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부권과 남부권의 경우 현역의원 의정활동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나 북부권과 동부권은 현역의원 의정활동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불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조사와 관련, 여론조사업계에선 그동안 시중 여론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층이 20%를 넘는다는 점은 변수다. 부동층의 표심 향배에 따라 현역의원들의 물갈이 폭이 춤을 출 수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대구지역의 세대별 정치 민심도 차이다. 이는 자칫하면 이번 명절에 친척·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세대 간 정치를 둘러싼 열띤 공방을 벌어지게 할 수도 있다.


대구지역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세대에서 현 지역구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앞섰다. 특히 40대는 50.1%가 현역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반면 60세 이상의 56.1%는 현역의원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의 현역의원들은 40대를 어떻게 자기편으로 끌어오느냐 여부가 당장 발등의 불로 보인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55.2%, 민주당은 25%를 기록했다. 주목받는 부분은 40대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높았으나 40대에는 국민의힘 34.6%, 민주당 40.5%라고 응답했다.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세대도 40대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40대 응답자의 절반(50.8%)이 ‘매우 잘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60세 이상은 60.8%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후쿠시마 오염수, 지지층 결집 효과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여야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서도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과 달리 대구 시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주)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대구시민들의 14.7%는 향후 ‘더 소비할 것’이라고 했고, ‘비슷하게 소비할 것’이라는 응답도 40.8%에 달했다. 55.5%가 괘념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덜 소비할 것’이라는 응답은 39.1%였고 ‘잘 모르겠다’는 5.4%를 기록했다.


다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여야 각 진영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는 80%가 수산물을 ‘더 소비(23.6%)하거나 비슷하게 먹겠다(56.4%)’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덜 소비할 것’이라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83.3%가 ‘덜 소비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중 ‘더 소비할 것’, ‘비슷하게 소비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3%, 9.2%에 머물렀다.


여야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지자들의 먹거리 소비 성향까지 진보와 보수로 나뉘고 있는 것임을 보여줬다. 이는 과거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로 인해 우리나라에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여당이던 한나라당 지지자는 70%가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79%가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주)에브리씨앤알 김종원 대표는 “여야 간 강 대 강 대결 속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역시 각자 지지층에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야당이 ‘공포 마케팅’에 화력을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중도층에서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이 지지자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혀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도 반대층까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개요

이번에 진행된 대구시 여론조사는 경북매일신문 의뢰로 9월 20∼21일(2일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에브리씨앤알에서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3만명(SKT:1만5천명, KT:9천명, LGU+:6천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율은 6.1%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남·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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