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등록일 2023-07-13 19:48 게재일 2023-07-14 18면
스크랩버튼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작은 더위’ 소서(小暑)가 다녀가니 급기야 무더위를 거느리고 온 삼복더위 삼형제가 들이닥친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숨을 막히게 하고 남쪽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열기에 실려 온 장맛비가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게릴라성 집중 호우를 퍼붓고 있다. 여기에 태풍급 강풍을 동반하니 가히 한여름이 중간에 선다. 일본 큐슈를 강타하고 북상한 장맛비는 다음 주까지 수도권 250mm를 정점으로 남부에 폭우를 뿌리며 전국에 물 폭탄을 쏟아붓는다니 산사태와 침수 등 비 피해에 대비하며 생활 안전에 신경을 써야겠다.

복(伏)날은 경일(庚日)이라, 가을의 금(金) 기운인 음기가 여름의 화(火) 기운인 양기에 눌려 엎드린 개의 형상인데, 영어로도 ‘개의 날(Dog day)’이라니 동서양 모두 7월 더위가 개와 관련되어 있어서 참 신기하다. 예전 같으면 뜨거운 보신탕 한 그릇 후루룩 비우며 이열치열(以熱治熱) 더위를 물리치겠지만 요즈음은 ‘바다의 산삼’이라는 전복과 인삼을 넣어 푹 삶은 삼계탕을 먹고 이 더위를 이겨나갈 수밖에…. 아니면 ‘밭에서 나는 쇠고기’ 흰콩을 껍질 벗기고 알맞게 삶아 맷돌에 갈아 만든 콩국에 하얀 국수를 말아 콩국수도 먹고 시원한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날려야겠다.

경북 동해안의 23개 해수욕장이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개장을 하는데 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은 15일부터 개장하여 8월 27일까지 다양한 해양축제와 함께 그동안 코로나19에 찌들었던 국민의 몸과 마음을 씻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백사장은 중금속 검사를 통해 납, 카드뮴, 수은 등 유해 물질은 기준적합 판정을 받았고,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영덕 장사해수욕장은 방사능 검사 결과 안전한 수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작년에 23만여 명이 찾은 것으로 봐서 이른 더위가 찾아온 올해는 더 많은 해수욕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어 아직도 코로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방역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 갑자기 식인상어가 돌아다닌다는 소식에 괜한 걱정이 된다.

2007년 공식 폐장되었던 송도 해수욕장이 그동안 고운 은빛 모래로 채우고 수중 방파제도 설치하고 각종 시설을 보강하여 17년 만에 개장하려 했으나 바다 시청과 주차장, 화장실 등의 설치 미완으로 내년에 개장하기로 미루는 바람에 옛날 명성을 되살려보려던 지역 주민들이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늘 높이 두 손을 치켜들고 웃는 ‘평화의 여신상’도 무색해졌다.

한편 해변의 정화 활동에 참여한 2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해안 쓰레기를 빗질하듯 쓸어 모으는 비치 코밍(Beach combing) 활동으로 깨끗한 모래밭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영일대 해수욕장에는 새로운 모래예술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으로 환자들의 고통이 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대통령탄핵 외침으로 도로의 열기가 더욱 달구어지는데 옛날에도 삼복더위에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하여 각종 행사를 자제해 왔다고 하니, 현명한 타협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바람이다.

금요광장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