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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

등록일 2023-05-07 19:59 게재일 2023-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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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경영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학문으로 정립하고 경영관리의 방법을 체계화 시켜 현대 경영학을 창시하고 체계적으로 수립했다고 평가받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경영의 관점으로 보면 측정된 성과의 유형에 따라 구체적이고 시간제한적이며 단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고 목표 달성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측정하는 수단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라 해석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그 목표를 향한 과정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으며 목표 달성 여부는 측정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 나온 스탠퍼드 대학의 소셜임팩트 리뷰(SSIR) 2023년도 봄호를 보면 ‘측정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ESG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논문이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과 호주의 두 대학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기오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베이징 소재 미국 대사관은 2008년부터 베이징의 대기오염 수준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트위터로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곱미터당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2~4㎎ 감소했다는 것이다.

왜 측정만으로도 결과가 제어되고 성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일까? 물론 측정 수단을 개발하여 측정으로 얻어진 현상을 정량화하고 확보된 객관성으로 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본질이겠지만 측정이 되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인간의 행동을 자극하여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시각으로 모든 정보의 70~80%를 파악한다고 한다. 정수기의 파란색 밸브를 열면 냉수가 나온다는 사실이나 고속도로 나들목의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면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나 교차로에서 신호등의 지시 컬러에 따라야 차량의 흐름이 엉키지 않는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양한 인식의 수단을 활용하여 인지를 가능하게 하는 ‘눈으로 보는 관리’는 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휴먼에러의 대부분은 인식을 하지 못하는데 기인하여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은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크거나 아주 작은 것, 그리고 가려져 있거나 너무 멀리 있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생산현장의 특성에 따라 인간의 오감이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게 해야 하는 이유이다.

제조 현장의 관리 항목들을 시각화하여 인지하게 하고, 가려져 있어 식별이 어려운 부분은 투명화하거나 관리한계를 표시하여 언제든지 정상과 이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나 소개되는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나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이 있다면 작업환경에 적합한 센서나 초고속 카메라가 대신하게 해야 한다.

이제는 ‘보이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로 피트 드러커의 명언을 고쳐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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