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에서 연일 재생에너지 강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부터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히 멈췄다. EU에서는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22%였는데, 2030년 목표를 32%에서 42.5%로 대폭 높였다는 뉴스도 있다. 미국은 204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이를 21.6%로 대폭 낮췄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지난 3월 21일 우리나라 탄소배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2030년 탄소감축목표를 문 정부 때의 14.5%에서 11.4%로 후퇴시켰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탄소중립의 의미와 우리나라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 현재 글로벌 아젠다의 첫 번째가 지속가능성 즉 탄소중립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기후 재앙을 막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구 온도상승을 1850~1900년을 기준해서 1.5℃에서 막아야 한다. 그런데 벌써 1.09℃가 올라, 불가피하게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생태계를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생태계로 전환해야 하는 일이 전 인류적 과제로 부상해 있다.
그럼 우리나라가 현 국가 위상에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은 현재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 문화적 지위 3위 이내에 드는 명실상부한 강대국 중 하나이다. 전 세계로부터도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964년 설립 이후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하는 역할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중 하나다. 특히 관료와 정치인들의 의식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12월 파리 기구협약을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한 후, 각국이 목표달성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조차도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이 오락가락한다.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안보’, ‘에너지 자립’ 차원에서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고 또, 달성 가능하다. 국가 지도자와 정치인의 의식 전환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특히 집행기관인 중앙·지방 정부 역할과 자세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 국회는 당장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 입법을 해야하고, 지방 정부는 태양광 입지규제(도로에서 500m, 민가에서 500m)를 중앙정부의 이격거리 완화 방침에 맞춰 신속히 해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세계 2위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다. 에너지의 주류인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바탕의 에너지 10대 소비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성도 얻고 있다. 한국은 탄소 배출량 100만 톤이 넘는 73개 기업이 국가탄소총배출량(6억 7천960만t)의 75%(5억 974만t)를 배출하는 나라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산업계가 탄소배출 목표를 덜 줄이려고 아우성을 치고, 대정부 로비를 통해 관철시켜 2030년까지 산업계부문 탄소절감량을 14.5%에서 11.4%로 낮춘 것이다. 산업계는 11.4%가 아니라 오히려 2030년까지 평균 절감량인 ‘40%’까지는 절감해야 한다. 그것이 ‘오염자 부담원칙’에도 맞다. 그래야 에너지 전환시대에도 우리나라 산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있다.
‘지속가능성 목표이행’은 위기로 인식될 수 있지만, 우리 경제에는 오히려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 주변이나 공단 주변 농지에 태양광·소형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활성화할 경우, 버려지고 묵혀진 땅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소멸되어가는 농촌이 신선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논·밭은 수로와 농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수백 년 이상 영농현장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발전 사업을 하기에는 가장 잘 정리된 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수익을 따져 보면, 농지 300평당 100kWh의 전력생산이 가능해서 현재 쌀농사와 비교할 경우 20배 이상의 소득이 창출된다.
일자리 또한 원자력과 비교할 때 같은 양의 전력생산(100만 kWh)에서 20배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농촌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후발국들에게 새로운 개발모델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혁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조업 글로벌 10위, 탄소배출 글로벌 10위인 한국이 앞장서서 탄소배출에 책임이 큰 선진산업 국가들의 탄소중립달성 목표시한을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한국이 세계적인 변화와 혁신을 선도함으로써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