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쟁은 성과를 올리는 장점도 있지만 과열에 따른 지나친 비용증대로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경북도 소방본부가 도내 시군 대상 경북 안전체험관 부지 공모를 통해 안전체험관을 선정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포항, 구미, 영주 등 여러 시군 자치단체들이 유치 경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달 2일까지 마감을 앞두고 시군의 경쟁 열기가 고조되고 있으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유치경쟁 과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포항은 지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사상 초유의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지열발전 관련 국책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으로 판명났다.
포항시는 지진 피해 복구 및 지진과 같은 재난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에 포항시는 20만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국민청원을 신청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포항지진피해구제법’을 제정했다. 이 법 제23조에 지진 피해지역 주민을 위한 안전교육시설 설치 근거가 명시되어 있다.
포항시는 행정안전부 및 경북도에 경북 안전체험관 건립을 5년 간 지속 건의했다. 2019년 4월에는 경북도 재난안전실장 주관으로 경북도 소방본부와 포항시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경북 안전체험관 건립을 논의했다. 그 결과 경북 안전체험관 건립 예산 확보는 도 재난안전실, 운영은 소방본부, 부지 제공은 포항시가 담당하기로 합의했다.
포항시는 지진피해가 극심했던 포항시 흥해읍 마산리 일원으로 부지를 확정하는 공문까지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행정안전부의 국민안전체험관 건립예산 확보시점까지 시기를 기다려 왔다.
그런데 경북도가 느닷없이 안전체험관을 공모를 통해 건립한다는 발표가 나자 포항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에 크게 실망을 했다.
좌절감과 실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라는 발표에 여타 시군들이 당근을 제시하면서 경쟁대열에 참여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구미시는 에코랜드 일대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고, 도내에서 학령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영주시는 순흥면 일대 코레일 연수원 일원의 부지를 제공할 것이며, 낙후된 북부권 균형개발 차원에서 경북 안전체험관의 영주 건립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 외에도 안동시, 상주시, 영천시, 경산시 등 10여개 이상 시군이 유치에 나섰다.
기후위기로 인한 지진,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난과 각종 사회재난, 안전사고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내 시군이 안전체험 시설의 확충, 유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환영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여타 대도시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안전체험관이 있지만 경북도는 없으니 말이다.
기후변화 현상으로 재해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 하나의 요인만 재난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다. 지역사회의 안전인프라시설의 취약성과 지역민들의 재난 대응 역량 부족 즉 안전 교육에 부재에 따른 교육취약성 등이 결합할 때 가중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안전체험관의 존재는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시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체험관이 도내 한 곳에 설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 도내 시군이 유치 경쟁 과열 양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공모라는 방식은 경쟁현실의 불가피성과 경쟁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과열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경북 안전체험관 건립 논의의 중심에 섰던 경북도의 재난안전실이 아닌 왜 소방본부가 공모에 나섰는가 하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모 경쟁 과열의 진원지가 아닌가 싶다.
이미 공모를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누굴 탓하고 책임을 전가한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점이다. 과열된 경쟁에 따른 도내 시군민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 유발과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지 선정에 필요한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안전체험관의 운영에 따른 교육효과성, 도내 시군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의성, 대형재난 발생에 따른 피해주민의 고통을 덜어 줄 재난의 역사성, 안전체험관 운영에 따른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안전사고 사전예방 효과와 사고대응 증대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제공할 전문 교육인프라를 갖춘 회복탄력성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시민들은 2017년 11월 발생한 5.4 촉발지진에 따른 수천억원의 피해를 당했고, 지난해에는 힌남노 태풍이라는 자연재난에다 사회재난을 연이어 겪었다. 자연 재난의 위력을 고통스럽게 체험한 시민들이다. 행정안전부와 경북도는 안전체험관 건립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으로 포항 시민들에게 참담한 고통을 또 추가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