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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일부 반사회성 문제로 이어질 수도

등록일 2023-04-02 15:52 게재일 2023-04-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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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요즈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오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이하 ADHD)를 가진 경우다.

ADHD는 말 그대로 주의력이 떨어져 산만하고 행동이 부산하며 충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아동이 뭘 하는지 늘 바쁘게 보이고 수업시간 등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 상황에도 유난히 혼자서 딴 짓을 하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잠깐에도 손발이나 몸을 꼼짝거린다.

식사도 한자리에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치 모터를 달아놓은 아이처럼 늘 부산하다.

준비물을 잊어버리고 소지품을 잃어버린다. 아무 생각 없이 무슨 일이든 하는 충동성을 가져, 자기 차례나 규칙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대답은 질문이 끝나기 전에 불쑥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증상은 어릴 때부터 나타나지만, 집안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낼 때면 무심코 지나치다가, 단체 생활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문제는 뚜렷해진다.

아마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어수선해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도 있을 것이다.

ADHD를 가진 아동은 지능이 나쁘지 않더라도 주의집중이 안돼 공부를 못하며, 과잉행동으로 사고(事故)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충동적 행동으로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을 귀찮게 해 소위 ‘왕따’를 당하기 쉽다.

또 부모님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기 쉽다. 따라서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이로 인해 학습장애, 사고(事故)의 증가, 대인관계 악화, 우울증, 비행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령기 아동의 6.5% 정도가 ADHD로 추정되며,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3∼4배 많다.

이 장애는 아동의 학습능력과 인격발달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에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님의 ADHD에 대한 잘못된 개념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흔히 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애들이 다 그렇다’, ‘정신만 차리면 집중할 수 있다’ 등으로 생각한다.

부모님이 알아야 할 것은 ADHD를 가진 아이들의 증상은 심리적이라기보다는 뇌의 주의·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의 기능 이상에 기인하는 의학적 병이라는 사실이다.

ADHD를 가진 아이를 단지 ‘말 안 듣는 아이’, ‘딴청피는 아이’, ‘종잡을 수 없는 아이’, ‘게으른 아이’, ‘사고뭉치’라고 생각하고 “정신만 차리면 집중할 수 있다”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이는 다리에 골절을 입은 사람이 있을 때 “정신을 차려서 걸으면 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리에 골절을 입었는데 제대로 걸을 수 있나? 제대로 치료해서 골절이 치료돼야만 걸을 수 있다.

ADHD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오는 아동들이 과거에 비해 늘고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의 ADHD 치료율은 여전히 낮은 1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학습능력만 저해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ADHD 아동의 약 50%에서 감정조절실패·충동성 문제가 동반되며, 청소년기에 이르러서는 25~33%에서 적대적반항장애·품행장애(비행행동)로 발전하며, 성인이 돼 약 18%가 반사회성 문제(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반사회적성격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ADHD 증상이 있는 아동의 경우 도파민계·노르에피네프린계 약물치료를 하면 전두엽의 뇌기능을 개선해 주의·집중력과 과잉행동은 약 80% 정도에서 호전이 되지만, 감정조절실패·충동성 문제는 50%에서만 호전된다.

아동기의 감정조절실패·충동성 문제가 청소년의 적대적반항장애·품행장애(비행행동)로 나타나 탈선이나 범죄로, 성인의 반사회성 문제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ADHD의 빠른 진단과 전문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이는 아동의 의학적 문제를 넘어 인생문제이기도 하고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ADHD를 치료함에 있어 보호자에게 희망을 전달해야 하나, 반사회성 발전 가능성의 문제만큼은 민감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배제하고 효율적인 치료전략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전형적인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감정조절·충동성 문제는 필요한 경우 그에 적절한 추가의 약물처방과 함께 어떻게 훈육의 틀을 잡으면 좋을지 문제행동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관된 훈육 태도를 제공하는 방법 등 교육적 행동치료에 대해 반드시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함께 고민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자녀가 ADHD를 피해갈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당신의 소중한 자녀에게 ADHD가 왔다면 당당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라. 자녀의 소중한 건강과 미래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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