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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개념들

등록일 2023-03-26 18:01 게재일 2023-03-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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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지역의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올해 비수도권 지역 총 10개 내외 글로컬 대학을 지정할 계획이고, 내년부터는 매년 5개 내외 글로컬대학을 지정해 2027년까지는 총 30개를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선정된 대학은 총 5년간 1천억원(매년 200억)을 지원 한다고 하니 파격적인 지역대학 지원책이다.

또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보다는 대학의 혁신비전과 과제를 핵심적으로 제시한 신청서 5쪽 분량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제안서 접수부터 혁신적이고 신선한 감을 주고 있다.

지자체의 참여를 필수로 하고 있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내에서 인재양성-취·창업-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컬 대학에 집중 투자를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정부가 매칭 형태로 지원하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정부는 “앞으로 글로컬 대학을 시작으로, 우리 대학이 도전 의식과 혁신 의지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경계를 허물고 담대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범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장벽 없는 지원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글로컬 대학 30’ 육성전략의 발표 기사 옆의 안동시의 퇴계학당의 관련 기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해 안동시 퇴계학당에서 공부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75명 가운데 54명이 수도권 대학에 합격해 지역 학부모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를 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학당 개설 이후 퇴계학당은 고교특성화 교육 사업으로 안동시장학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지만, 서울 유명학원의 강사를 초빙해 수도권 대학의 진학률을 높이는 걸 큰 자랑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퇴계정신에 입각한 인성교육은 물론 다양한 교육시책을 발굴·추진해 서울 및 대도시권에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교육여건을 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 퇴계학당의 목표이면서 그 최종목표는 수도권대학의 진학률을 높이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아이러니컬 한 사실이다.

수도권대학의 진학이 중요하다면 지역대학의 발전과 진학도 동시에 중요하다는걸 퇴계학당이 깨달아야 한다. 안동이 포함된 경북대구권의 경북대, 포항공대 등 명문대 진학률도 함께 공개하는 것이 퇴계학당의 취지에 맞는 것일 것이다.

언젠가 포스코교육재단 관계자들이 서울대 합격률을 자랑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1986년 지역에서 세계적 명문대학을 만든다는 취지로 설립된 포스텍은 포스코에 의해 설립되었고 포스코교육재단은 당연히 포스텍 합격률을 서울대 합격률과 함께 자랑해야 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 모 국회의원이 자기가 나온 대학을 ‘지방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해당 의원은 과거에도 ‘지방대 출신임에도 블라인드 채용으로 KBS 아나운서에 합격할 수 있었다’는 발언을 했는데, ‘블라인드 채용법’의 취지를 강조하기 위한 열성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출신 대학을 낮춘 것에 해당대학 학생들의 큰 반발이 있었다.

우리는 사실 지방대는 물론 지방이란 단어 자체를 쓰지 않아야 한다. 한국에서 지방이란 단어는 열등하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지방공무원, 지방대학, 지방신문 등등, 지방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단어이다. 문제는 지방이란 단어가 한국에서 중앙에 대한 대등한 개념이 아닌, 열등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방대’란 단어이다.

세계화 시대에 반드시 고쳐져야 할 개념이 ‘지방’이란 단어의 사용이다. 한국은 더 이상 서울과 지방으로 나눠져야 할 필요가 없는 나라이다.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거의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 국토에 걸쳐 사람들이 퍼져 살고 있다. 그만큼 좁은 나라다.

좁은 나라의 미래의 번영은 세계화에 있다. 우리는 일체 ‘지방대’는 물론 ‘지방’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 지방에 있다고 열등한 것도 아니고 중앙에 있다고 우수한 것도 아니다. 각 지역의 객체들은 세계로 도약하며 각개 약진을 해야 한다.

정부가 수천억 수조원을 들여 글로컬 대학에 투자한들 퇴계학당처럼 수도권대학의 진학률을 목표로 하고 서울대 합격률을 자랑하는 지역의 풍토에서 어떻게 글로컬 대학의 육성이 가능할 것인가?

글로컬 대학의 발전은 교육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선 우리 자신들의 지역대학에 대한 인식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글로컬 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은 바로 우리자신이고 우리의 잘못된 개념에 있다. 그러한 개념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지역대학에 투자를 해도 지역대학의 글로컬 대학으로의 도약은 암울할 뿐이다. 정부가 일체 ‘지방대학’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글로컬 대학의 육성과 투자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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