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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주인공처럼… 애절한 감성 그대로 느껴보세요

등록일 2023-02-23 19:01 게재일 2023-02-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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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필름’ 같은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논산
논산선샤인랜드 내 선샤인스튜디오 야경. /선샤인스튜디오 제공

입영열차를 탄 신병들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이 논산훈련소다. 논산은 군사도시 같은 느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 논산이 의외로 볼거리가 많고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유적지가 널려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유명 영화·드라마의 산실 ‘논산선샤인랜드’부터 마치 흑백필름처럼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논산 강경읍까지 한국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 충남 논산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2만㎡ 국내 유일 개화기 촬영 세트장

드라마 인기 힘입어 한류관광지 부상

‘강경성당’서 ‘옛 한일은행 지점’까지

강경읍 곳곳 근대 건축물 볼 수 있어

 

길이 600m 탑정호 출렁다리에 서면

아찔한 스릴에 환상적 비경은 ‘덤’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촬영지의 현재 모습.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촬영지의 현재 모습.

◇국내 최장의 탑정호 출렁다리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순위 정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출렁다리가 중요한 볼거리가 되면서 전국 곳곳에 경쟁하듯 출렁다리가 생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출렁다리는 무려 160개. 그중 논산 탑정호에 세워진 출렁다리가 600m로 가장 길다. 종전 1위였던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402m)보다 198m 길다. 폭 2.2m, 길이 600m 다리를 조성하는 데 총 158억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사실 출렁다리 길이를 순위로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탑정호 출렁다리는 미적인 감각으로 순위를 정한다 해도 수위권에 들 것이 확실할 만큼 화사하고 그림처럼 아름답다. 출렁다리는 현수교 양식으로 기둥에 걸린 주 케이블에서 내려온 행어(hanger·가는 케이블)가 받치고 있다. 상판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특이하다. 교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수면에서 상판 바닥 구멍까지 높이는 10m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공포감이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발을 떼기 어려울 정도다.

조선 후기 대학자인 명재 윤증 고택.
조선 후기 대학자인 명재 윤증 고택.

△유명드라마 산실 논산선샤인랜드

논산시와 드라마 제작사 등이 손잡고 조성한 논산선샤인랜드는 국내 유일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총면적 약 2만㎡에 이르는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한성(서울)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과 기와집, 초가집, 일본식 가옥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 년 전 모습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대부분 촬영했고,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논산선샤인랜드는 한류 관광지로 떠올랐다. 온빛자연휴양림도 새로운 한류 명소다. 2021~2022년 방영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촬영지인 온빛자연휴양림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1905년 문을 연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
1905년 문을 연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

△근대 건축물 볼 수 있는 강경읍

강경읍은 논산의 근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첫 천주교 사제였던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성지인 강경성당, 국내 최초의 침례교회인 강경침례교회, 강경화교학교 등 근대건축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1905년 세워진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은 일제 강점기 조선식산은행 강경지점이었다가 해방 이후 한일은행 강경지점, 충청은행 강경지점으로 사용된 곳이다. 지금은 은행의 용도를 다하고 강경의 역사를 품은 강경역사문화관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역사문화관 안에는 강경의 근현대 모습을 담은 사진과 주판, 전축, 텔레비전, 전화기 등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역사문화관에서 약 2㎞ 떨어진 둑길에는 미내다리가 있다. 뜬금없는 느낌이 들지만, 미내다리는 원래 충남과 전북을 이어주던 길이었다. 외견은 단단하고 위엄과 기품이 넘친다.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는 일대 세도가들이 돈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걸어서 1분이면 건너갈 정도의 작은 다리지만 당시에는 영남·호남·충청을 통틀어 제일의 대교였다고 한다.

탑정호 분수
탑정호 분수

△윤증 고택, 비극의 황산벌까지

강경에서 차를 타고 10분쯤 북쪽으로 올라가면 조선시대의 논산이 나온다. 조선 후기 대학자인 명재 윤증 고택이 노성면에 있다. 배롱나무와 연못이 품격을 더하는 고택은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던 노학자의 꼿꼿한 품성을 닮았다. 윤증의 고택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단 하루도 이 집에 머무르지 않았다. 늘 초라한 집에 사는 윤증이 안타까워 제자들이 돈을 추렴해 집을 세웠지만 그는 과분하다며 이 집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려시대의 논산을 편린처럼 엿볼 수 있는 곳은 관촉사다. 고려 광종 때 혜명이 창건한 관촉사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부처님이 계신 곳이다. 높이 18.12m, 둘레 9.9m의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 흔히 은진미륵으로 불린다. 거대한 얼굴과 옥수수 모양처럼 위로 솟은 뾰족한 머리를 하고 있어 ‘못난이 불상’으로도 불렸지만, 2018년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백제시대 비극의 드라마가 펼쳐진 곳도 논산이다. 계백의 결사대가 김유신의 5만 신라 대군과 결사 항전했던 황산벌이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가족을 베고 쓰러져가는 조국과 함께 죽음을 택한 장수의 안타까운 절규가 들리는 것 같다. 참담한 비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황산벌에는 패전의 역사를 담은 백제군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한 번도 역사의 중심에 서지 못했지만 시기마다 깊고 선명한 흔적을 남겨놓은 곳. 어머니의 주름 같은 애환이 남아있는 곳. 논산은 바로 그런 곳이다.

 

 

유명 영화·드라마 촬영지 2選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부남해변의 바위산.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부남해변의 바위산.

△‘헤어질 결심’-강원 삼척 부안해변

 

부남해변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아담한 해변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며, 입구 대숲과 바위산과 모래밭도 시적이다. 해변에 서면 애잔한 사랑의 사연이 밀물처럼 다가온다. 탕웨이는 이 해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 박해일은 모래사장에 숨어 파도속으로 사라진 탕웨이를 애절하게 찾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안해변은 작고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곳은 원래 군사 시설 지역으로 1년에 40일 정도만 개방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해변 자체도 매우 작아서 동해에서 가장 작은 해수욕장에 속한다고 하는 곳이다. 주로 7,8월 여름에만 개방되는 곳이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준다.

 

△‘갯마을 차차차’- 경북 포항 북구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청하공진시장 내 오윤카페를 찾은 관광객.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청하공진시장 내 오윤카페를 찾은 관광객.

최근 포항으로 여행자를 이끄는 한류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두식(홍반장, 김선호 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행의 시작점은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청하공진시장.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주말에는 제법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는데, 오윤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구룡포항과 가까운 석병1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 역시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알려졌다. 혜진이 두식에게 고백할 때와 여러 장면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제강점기 가옥 80여 채가 남은 곳으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방영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최병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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