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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원을 아시나요?

윤종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1-17 19:22 게재일 2023-01-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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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에 자리한 보은원.
청하에서 경상북도수목원 가는 길에 주변풍광이 수려한 유계리를 지나게 된다. 신광과 수목원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장수마을 유계리 입구 못 미쳐 다리가 하나 있다. 이 유계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시멘트 포장 길가에 보은원(報恩苑)이란 입간판이 보인다. 그 길로 쭉 2km 가서 유계저수지 북쪽 끝에 이르면 주택 두 채 뒤편으로 작은 공원이 있으니 바로 보은원이다.

마치 전원주택의 뒷마당 같은 공원은 약 천 평의 대지에 절간처럼 고요하게 앉았다.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목 사이로 굽은 오솔길을 걸어가면 높이 5미터가 넘는 커다란 보름달 모양의 자연석 기념비와 절 마당에나 있을 법한 석탑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정자가 있어 앉아서 새소리 듣기에도 좋다. 이 심플하기 그지없는 공원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으로 한국불교 최고의 학승이라 일컬어지는 가산 지관 스님과 연관이 있다.

지관 스님은 꼭 불교인이 아니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음직한 분으로 불교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연소로 해인사의 강사(27세)가 되었고, 또한 최연소 해인사 주지(38세)를 지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제32대)과 동국대 총장(제11대)을 역임하고 2012년 80세로 입적하였다.

스님은 1932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경주이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집이 가난해 겨우 간이학교에 다녀야 했다. 어린 시절 병을 앓던 중에 불교 진언을 외우며 치료하고 불문에 들어서 평생 불학에 정진했다. ‘한국불교소의경전 연구’, ‘교감역주’, ‘역대 고승비문연구’등을 저술하였고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편찬에 힘썼던 공으로 만해대상을 비롯하여 은관,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0년, 60여 년 만에야 고향 유계리를 찾았던 지관 스님은 서울로 돌아가서 고향방문기를 썼다. 유계저수지 조성으로 스님의 생가터가 수몰된다는 사연에 문도들이 나서서 저수지 북쪽에 기념공원을 만들어 남기고자 했다. 스님도 이 계획을 반겨 생전에 여러 번 다녀가며 기념비제작에 의욕을 보탰다.

한편, 현대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이 고장에서 배출되었음은 지역의 자랑이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기념비 뒤편에는 지관 스님 문도들의 이름과 당시 포항시장, 국회의원, 시의회의장, 지역 유지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있어 보은원 조성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보은원 기념비 전면에는 스님이 직접 쓴 고향방문기가 한글·한자 혼용으로 새겨져 있다. 스님의 어린 시절 고향 유계리의 정경은 물론 청하를 중심으로 한 포항 인근의 산과 바다를 묘사했고 지역의 인문, 지리, 역사 등을 담고 있어 종교와 관계없이 읽어볼만하다.

지관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었을 때, 유계리와 청하면 주민들까지 경사스런 일이라며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기뻐했다. 보은원은 맑고 아름다운 고장에서 큰 인물이 났다는 자긍심을 일깨운다. “우리를 있게 한 산하대지(山河大地)와 선조(先朝)들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에서 보은원이라 부르게 된 이 기념공원을 한번쯤 찾아가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윤종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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