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조례나 조직유무 등<br/>지자체 워라밸 관심 저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고용부의 위탁을 받아 지역별 근로시간, 휴가 기간, 남성 가사노동 비중, 육아 휴직제도 등 4개 영역 24개 지표를 측정해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평균 54.7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64.1점)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고 경북(47.3점)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부산, 서울, 세종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전반적인 수준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자체의 관심도가 높게 나타난 부산, 서울은 국공립 보육시설 설치 비율과 육아 휴직 사용 사업장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사업장 비율이 높았다. 세종시는 초등돌봄교실 이용과 지역사회 가족문화 관련 시설 현황 등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다.
반면 워라밸 총점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경북은 지자체의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례나 조직유무 등 ‘지자체의 관심도’ 분야에서 고작 4점대를 받아 전국 평균 (8.8점)과 큰 점수 차를 보였다.
경북 지역의 한 공무원인 A씨는 “주위의 직장 동료들을 보면 아직 전반적으로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낮은 편인 것 같다. 예전보다 갑질 문화는 많이 없어졌지만, 조직문화에서는 아직 만족도가 높지 않다. 주말에도 잦은 비상근무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업무 시간 외 업무 목적으로 연락하거나 출근을 한 경우도 다반사다. 권위주의 문화도 여전하다. 공직 사회가 민간 기업 수준처럼 되기는 어렵겠지만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공직 사회에서도 ‘워라밸’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워라밸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직장인이 3년간의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삶의 우선순위를 바꿨고 이에 따른 일과 생활의 균형인 워라밸을 추구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워라밸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경북도청에서도 조금씩 유연근무제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청에서는 직원들에게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섰다. 눈치 보기와 육아 및 주말 부부, 원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직원들의 부담감소가 일의 능률향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도청 직원들의 연가 및 유연근무를 10명 중 8명 이상이 사용하는 등 사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워킹맘 정 모(41·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코로나19 때 격주로 등교하는 아이로 인해 그동안 직장생활을 관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퇴사가 아닌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속으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처음에는 갈팡질팡 정신없었지만, 점점 안정됐다. 단축 근무제도가 워라밸을 지켜주고 업무의 집중도와 책임감을 높여준다더니, 정말로 일의 성과도 높아지고 애사심 또한 저절로 올라갔다. 경북이 워라밸 꼴찌로 나왔는데 내가 사는 포항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문화가 확산되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 도시가 될 것 같다. 시민들의 워라밸에 대한 지자체의 조금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