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모 건설업체 노동자들<br/>체불임금 항의 옥상서 농성<br/>2시간여 대치 끝 합의 이뤄져
4일 오전 10시 20분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옥지구에 위치한 H아파트 건설현장. 25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 난간 위에 남성 2명이 아래로 떨어질 듯 말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건물 옥상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상황이었다. 검은색 작업복을 입은 차림의 이들 남성들은 아슬아슬하게 난간을 걸어다녔다.
이들의 아찔한 모습을 지상에서 지켜보고 있던 경찰과 소방관들은 “어어. 떨어져요. 조심조심!”이라고 크게 고함쳤다.
잠시 뒤 거센 칼바람이 5초가량 몰아치자 이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휘청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어!”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람이 멈추자 이들은 간신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를 애타게 지켜보던 경찰관들은 “위험해요. 내려오세요”라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선 이들은 또다시 균형을 잡고 걷기 시작했고 “임금 지급 약속을 지켜주세요”라며 “약속을 지킬 때까지 우리는 한발자국도 내려가지 못합니다”고 소리쳤다.
아찔한 상황이 지속되자 소방당국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신속하게 건물 바로 아래에 에어 매트 등을 깔며 대비 태세를 갖췄다. 곧이어 경찰관들도 리프트에 탑승해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경찰의 수차례 설득에도 이들은 계속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아래로 내려가지 않겠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쌓아 옮기는 작업을 하는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자신을 포함한 7명의 근로자가 7천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해 고공시위를 벌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소식을 들은 아파트 건설 시공사 측 관계자도 현장에 나왔다.
시공사 관계자는 “우리는 협력사에 돈을 줬다. 자신이 소속된 하청업체 측이 이달 13일까지 임금을 주기로 했지만, 이들이 즉시 지급을 요구하며 옥상시위에 나섰다”며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후 오전 11시 50분쯤 아파트 건설현장에 울산에서 종합건설업을 하고 있는 하청업체의 대표가 도착했다. “대표가 왔으니 내려오세요”라는 경찰관의 말에도 이들의 의지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이에 하청업체 대표는 이들의 완강한 태도에 임금 지급 각서를 작성해 줬다. 이들은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야 농성을 끝내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