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계구곡 중 가장 뛰어난 곳은 3곡 모고헌과 4곡 옥간정이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과 고결함이 스스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서 있다. 낭떠러지 위에 멋진 누각인 모고헌(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은 횡계천 암반 위에 지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며 북쪽으로 횡계 서당이 있고 건물 아래는 횡계천을 내려다보며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하다. 옥간정에서 하류로 50m 떨어져 있고 옥간정보다 15년 앞선 1701년에 지어졌다. 처음 지었을 때는 태고와라고 불렀으며 훗날 문인들이 개축과 수리를 거쳐 모고헌이라 다시 고쳐 불렀다. 모고헌은 성리가 구현되는 꿈을 이루려던 형제의 뜻을 헤아려 지수 정규양의 제자들이 지은 이름으로 ‘옛날을 사모하는 사람이 모이는 집’으로 스승을 그리워하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모고헌은 횡계 서당의 부속 건물로 서당을 엿보며 그 옛날의 학동들이 글 읽는 소리도 상상으로 느낄 수 있다. 정자 바로 뒤의 300년 된 향나무는 두 형제처럼 모고헌과 잘 어울린다.
옥간정은 1716년에 지어진 정자로 가까운 곳의 모고헌과 함께 정만양, 정규양 두 형제의 강학 공간으로 건축된 건물이다. 모고헌에서 횡계천을 따라오다 보면 옥간이 위치해 있는데 잘 정비된 입구의 나무들이 오래된 정자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옥간정이 자리한 계곡은 소와 바위들의 별천지로 두 형제는 이곳을 ‘물은 조금 팬 곳이라도 가득찬 다음에야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뜻의 영과담이라고 했다. 또 담장이 높지 않아서 위아래로 엿볼 수 있고 대지의 높낮이로 전면은 다락집으로 뒤쪽은 아담한 단층으로 되어있는데 자연환경에 순응한 구조다. 옥간정은 횡계천 암반 사이로 흐르는 물빛의 맑기가 옥과 같다는 의미인데 깨끗하고 아름다움을 말한다.
영천으로 드라이브하다가 모고헌과 옥간정을 만난 김채연(42·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보현산은 천문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들이 잘 가지 않은 정자를 보아서 기쁘고 횡계구곡의 명성을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