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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만나다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2-12-27 18:39 게재일 2022-12-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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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 집안의 총 잘 쏘는 청년’<br/>타고난 투사인 도마 안중근은<br/>책 남길 만큼 글솜씨도 남달라<br/>자서전·영화 통해 그 삶 속으로
안중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김구와 안중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학창시절 국사책을 달달 외운 실력으로 백범 하면 바로 김구가 떠오르는 정도로 그분을 안다고 할 순 없다. 안중근의 호가 왜 도마인지 모르니 자서전을 통해서 그의 삶에 다가가 보고자 한다.

2023년 독서토론 목록에 안중근 자서전을 넣었다. 함께 하는 회원 중에 한 분이 요즘 소설과 영화로 뜨는 소재라 선택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수년 전부터 토론 모임을 하면서 외국 고전과 스테디셀러 위주로 목록을 짠 거 같아 지난해는 백석 평전을, 올해엔 ‘백범일지’를 넣었다. 그다음 순서로 안중근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안중근의 이야기가 책, 영화, 뮤지컬 등속의 다양한 장르로 우리 곁에 와있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책만큼 감동을 주는 영화가 드물었다. 우리의 상상력을 영화가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두 가지 다 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먼저 안중근 삶의 마지막 2년을 그린 영화 ‘영웅’을 만났다. 서른 살의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나는 알아챌 것이다. 교과서에서 신문에서 사형당하기 전 찍은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고 그 눈빛이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결연하여서다. 동지들과 독립투쟁의 의지를 다지며 스스로 자른, 짧은 네 번째 손가락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안중근은 태어날 때 등에 검은 점이 7개가 있어서 북두칠성의 기운을 응하여 태어났다고 하여 어릴 적에는 ‘응칠(應七)’이라 불렀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일본 법정의 사형 선고에 항소하지 말라고 편지를 보내고는 응칠이라 수 놓인 배냇저고리를 안고 흐느낄 때 관객들도 따라 울었다.

그의 손도장.
그의 손도장.

안중근은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 안태훈과 친분이 있었던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안중근을 ‘안 씨 집안의 총 잘 쏘는 청년’으로 묘사하였다. 하얼빈 역 플랫폼에 이토히로부미가 하차했을 때 세 발을 저격했고 모두 급소를 맞혔다고 한다. 이렇게 안중근은 타고난 투사였지만 우리에게 글씨와 책을 남길 만큼 글솜씨도 남달랐다. ‘동양평화론’은 그가 사형을 기다리며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미완의 저서이다. 서론과 목차만 쓴 상태에서 사형이 집행되었기 때문에 완성하지 못했다.

1910년 2월 14일에 일본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로만 알았는데 이제부터는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되뇌는 날로 달력에 기록 해야겠다. 사형 선고에 그는 항소하지 않는 대신 ‘동양평화론’의 집필을 위한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고, 판사도 이에 동의했다. 안중근은 이 말을 믿고서, 자신의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먼저 옥중에서 쓰고서, 이후에야 ‘동양평화론’ 저술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안중근을 오래 살려둘수록 한반도 내부의 항일 여론과 세계적인 동정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을 의식하여, 최대한 빨리 그의 사형 집행을 앞당기려 했다. 결국, 안중근은 사형이 선고된 지 40여 일 후인 3월 26일에 처형되었고, ‘동양평화론’은 초반 일부분(서론과 전감 초반)만 우리에게 남겨졌다.

뮤지컬 영화의 마지막 장면, 죽음을 앞둔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수의를 입고 빨리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일본인들에게 들릴까 봐 걱정한다. 인간적이다. 영웅은 신처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떨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말하는 듯하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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