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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영웅… 페르세우스자리

등록일 2022-12-25 19:20 게재일 2022-12-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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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구(天球)의 북극 근처 은하수에서 찾을 수 있는 페르세우스자리다. 옛사람들은 별자리 흰색 β별에 악마(Algol)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메두사 머리에 해당한다. /일러스트 서경덕

고대 그리스 티린스 왕 아크리시우스에게는 다나에라는 외동딸뿐이었다. 왕은 아들을 얻고자 신탁을 청했다. 그런데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너는 아들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신 딸 다나에가 사내아이를 낳을 터인데, 그 아들이 할아버지를 죽이게 될 것이다.”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나았을 신탁이었다. 운명을 바꿔야 했다. 왕은 다나에를 청동으로 꼭꼭 둘러싼 탑 꼭대기에 가둔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신해 탑 속으로 흘러 들어가 다나에에게 접근했고, 다나에는 얼마 후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왕은 신탁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충격에 빠졌다. 고민 끝에 나무상자에 딸 다나에와 젖먹이 아들 페르세우스를 넣어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운명을 바다에 맡겼을 뿐, 딸과 손자를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저들이 죽는다면, 바다와 파도 때문이다.”

파도에 휩쓸린 두 모자는 길고 긴 표류 끝에 세리포스라는 섬에 닿을 수 있었고, 그 나라 왕의 동생 딕툭스 도움으로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페르세우스도 어느덧 늠름한 청년이 되었다. 그런데 세리포스 왕 폴리데크테스가 다나에에게 흑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 곁에는 항상 페르세우스가 있었기 때문에 여의찮았다. 왕은 고심 끝에 계획 하나를 세운다.

왕은 젊은이들을 초대하는 잔치를 벌였다. 초대받은 젊은이 모두 선물을 하나씩 들고 왔다. 하지만 가난했던 페르세우스는 아무것도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왕이 선물로 괴물 고르곤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했다. 고르곤은 머리카락이 수백 마리 뱀으로 이루어진 세 자매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인데, 눈과 마주치면 돌로 변해버리는 무서운 자매였다. 그중 막내가 메두사다. 페르세우스는 자신 있게 그러겠노라 장담했다.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는 화들짝 놀라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 물의 정령 나이아데스를 보내 페르세우스를 돕게 했다. 페르세우스는 이들의 도움으로 메두사 머리를 자르는 데 성공한다.

돌아온 페르세우스는 폭정을 일삼던 폴리데크테스를 궁으로 찾아가 메두사 머리를 왕 앞에 던지자 왕은 돌로 변하고 말았다.

그런 후 페르세우스는 아내 안드로메다와 함께 고향 티린스로 향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테살리아 라릿사 지방을 들리게 되었다. 마침 그곳에서 원반던지기 경기가 열렸고, 페르세우스도 경기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그가 원반을 던지던 순간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원반이 구경하고 있던 관중 속으로 날아가 어떤 노인 머리를 명중시켜 버렸다. 그가 바로 티린스의 왕 아크리시우스였다. 페르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운 나머지 라릿사에 몸을 숨겼다가 원반던지기를 구경하던 중 원반에 머리를 맞고 숨을 거둔 것이다. 결국 신탁의 예언대로 비극적인 결말이 이루어졌다.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은 불행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다행이지만, 더한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일을 걱정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오이디푸스 신화도 미래를 알게 되면서 불행을 맞은 경우다.

거대한 자석에 딸려가듯 언젠가 죽을 운명이지만,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아닐까. /박필우 스토리텔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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