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황금 양모의 전설 양자리

등록일 2022-12-11 20:01 게재일 2022-12-12 17면
스크랩버튼
가을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이 양자리는 황도12궁 중에서 제1자리 백양궁(白羊宮)이라고 한다. 페르세우스자리, 물고기자리, 황소자리에 둘러싸여 있다. /일러스트 서경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화홍련전’이나 ‘신데렐라’처럼 계모에게 구박과 홀대를 받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이번 이야기도 그렇다.

아테네 북쪽 아타마스 왕이 다스리는 보이오티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왕비 네펠레(구름의 정령) 사이에 왕자 프릭소스와 공주 헬레가 생겼지만, 아타마스 왕이 네펠레를 쫒아버리고 이노라는 여인을 새 왕비로 맞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노는 네펠레가 낳은 아이들을 맡아 키웠으나, 친아들이 생기자 남매를 구박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도를 넘어 왕자와 공주를 죽이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이노는 이듬해 논밭에 뿌릴 곡물을 몰래 불로 익혀 놓았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봄이 되자 씨앗을 뿌렸으나 익은 종자에서 싹이 돋아날 리 없었다. 당황한 아마타스 왕이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청했더니, 왕자와 공주 두 아이를 신전 제물로 바치면 싹이 돋을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이 역시 계모 이노가 신전 사제에게 돈을 주고 꾸민 거짓이었다.

아무리 신탁이라고 해도 자신의 아들딸을 희생시킬 부모는 없다. 왕이 움직이지 않자 계모 이노는 신탁 내용을 나라에 퍼트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왕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나라를 안정시키고자 힘든 결정을 내린다. 결국 제단에 바쳐진 프릭소스와 헬레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신전을 에워싸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 구름이 걷히고 보니 신전 제단에 묶여 있던 왕자와 공주가 사라졌다. 어머니 사랑이 일으킨 기적이었다.

두 남매를 지켜보던 어머니 네펠레는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자 제우스신에게 남매를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제우스는 전령신 헤르메스에게 부탁해 하늘을 달리는 황금양을 얻어 네펠레에게 주었다. 구름의 요정이었던 네펠레는 그 덕에 신전으로 달려가 운무를 일으켜 두 아이를 숨긴 채 하늘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헤르메스에게 받은 황금양 등에 아이들을 태워, 당시 세상의 끝이라 여겼던 동쪽 끝 아득히 먼 콜키스로 날아가게 했다. 그러나 가는 도중 바다를 건너야 했다. 이때 넓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던 여동생 헬레가 현기증을 일으켜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오빠 프릭소스도 어쩌지 못했다. 동생은 까마득한 점이 되어 포말을 일으켰고, 결국 파도의 먹이가 되었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동생 헬레가 떨어진 바다를 헬레스폰토스 해협이라 부르며 안타까워했다.

혼자가 된 프릭소스는 흑해를 건너 콜키스에 도착하자 그곳 왕 아이에테스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프릭소스는 신의 계시를 받아 황금 숫양을 제우스 제단에 바쳤고, 아이에테스에게는 황금 가죽을 주었다. 왕은 기뻐하여 황금 가죽을 떡갈나무에 걸어놓고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 독룡에게 지키도록 했다. 제우스는 황금 숫양을 가상히 여겨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게끔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

프릭소스는 콜키스의 공주 카리오페와 결혼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향수병이 생긴 것이다. 고향 그리스를 그리워하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이래저래 불운한 프릭소스 삶이었다. ‘친아버지 도끼질하는데 가지 말고, 의붓아버지 떡치는데 가라’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게 들리는 신화다.

양자리와 관련된 신화는 여기까지다. 그렇지만 이 신화는 유명한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대모험’에서 바로 이 황금 가죽을 얻기 위해 떠나는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하는 시점이다. /박필우 스토리텔러

별이 빛나는 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