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규정이 개정되었다. 당원과 여론반영 비율 70대 30이던 당규가 당원 100%의 선출 규정으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 힘 비대위가 전격 발의하고 중앙위를 거쳐 당 전국 위원회가 최종 인준하였다. 내년 3월 초 당대표 선출은 80만 당원만으로 선거하고 그 결과 과반 미달인 경우 결선투표제를 첨가하였다.
이를 두고 당의 비주류인 유승민 후보는 ‘경기를 앞두고 골대를 옮기는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당내 보수 개혁세력들은 당대표 선출방식의 급작스런 개정은 당의 퇴행적 역사가 될 것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친윤’ 세력은 이를 무시하고 당원 100%의 경선 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양쪽 주장이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100% 당원 당 대표 선출 방식은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당원만의 당대표 선출 방식은 당원들의 선택문제이지만 현대 정당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선택이다.
오늘날 민주적 정당은 대중 정당(mass party)을 표방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 가능한 다중 정당(catch all party)을 지향한다. 국민의 여론을 배제한 이번 당 대표의 선출 방식은 국민의힘 당의 ‘국민’이 빠져 있는 셈이다. 당 대표는 당원들만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심이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보수를 표방하는 집권 여당이 당원만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은 보수 개혁보다는 자칫 강경보수 당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서구 선진국에서 당 대표의 선출은 당원들에 의해 선출한다고들 하지만 대체로 당 원내 대표는 당대표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반영되어 확정되었다. 국민 여론을 반영치 않는 당 대표 선출방식이 반드시 정당하다는 이론은 어디에도 찾기 어렵다. 정당정치가 국민의 의사를 집결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정치 결사체라면 국민 여론 배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당원 100% 당대표 선출방식의 채택과정은 당내 민주주의를 철저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70:30의 기존 당 대표 선출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었다.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의 선출 규정 개정이 정당의 민주적 역사를 퇴행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친윤’ 세력의 폭거로 비난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당원만의 당대표 선출은 ‘골목대장 선거’라고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내 비주류 개혁 보수성향 인사들이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윤핵’, ‘친윤’, ‘범윤’ 등 신 주류세력은 이를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뒷받침이라는 명분으로 당원 100% 당대표 선출방식을 밀어붙였다. 차기 공천이 자신의 정치 생명인 의원들은 대체적 침묵하고 묵인하였던 결과이다. 결국 당원이나 국민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결과이다. 다수결이 결코 만능이 아님은 우리는 지난 정치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과오이다.
어느 정당이나 국민 여론을 잘 수렴하여 선거를 통한 정권 장악이 궁극적 목표이다. 보수 진보 어느 정당이나 중도층의 지지를 보다 많이 확보해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
국민 여론을 배제한 당원만의 대표 선출방식은 보수 집권당의 중도층 확산 전략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 힘 80만 당원들의 분포는 영남(40%), 장년층(67%)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이번 당대표 후보들이 우선적으로 영남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선택의 방지 명목으로 당원만의 대표 선출은 당의 진로와 정체성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당내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집권 여당은 앞으로 ‘윤핵관’뿐 아니라 ‘친윤’, ‘범윤’, ‘비윤’, ‘반윤’간 당 노선과 정체성 논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다 보면 차기 총선이나 지방 선거에서도 중도층의 실망에 따른 총선실패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내년 3월 초 집권 여당의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친윤’이나 ‘범친윤’ 또는 그 연합세력이 당선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이러한 당 대표의 선출이 당내 기반이 취약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수행의 뒷받침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소 야대라는 현 정국 하에서 정부는 거대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노동, 교육, 연금개혁도 거야의 협력 없이는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집권 여당은 앞으로 현대 대중 정당의 역할 복원, 당내 민주주의 정착, 중도층 흡수 없이는 국정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 상식, 원칙이라는 윤 대통령의 국정지표에 맞는 당의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올해 전국교수회가 선정한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여야 모두 되새겨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