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br/>‘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展<br/>자식 떠나 보낸 부모의 슬픔<br/>금관·금방울 유물에 드러나
옛사람들은 주검을 묻을 때 죽은 이를 장식하거나, 사후세계에서도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물건들을 함께 묻었다. 이를 ‘껴묻거리’라고 하는데, 옷을 입히거나 장신구를 달아주고, 살아 있을 때 사용했던 것, 또는 죽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물품들을 따로 만들어 묻었다.
유물들을 돌아보다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 것이 있다. 분홍빛 배경에 황금빛 금관과 허리띠가 조명에 빛을 발하니 눈이 부셨다. 함께 간 친구를 맞은 편에 서게 하고 사진을 찍으니 영락없이 왕관을 쓴 모습이다. 목걸이며 장식품들이 지금 당장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디자인이었다. 넋을 놓고 들여다보는데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 한쪽 벽에 금령총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전시실에 나무를 켜켜이 세워 벽을 따라 두르고 조명을 발아래에만 켜 놓아서 마치 관람객이 신라 시대의 무덤에 들어온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신라 고분에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는 이유는 돌무지덧널무덤이라는 구조 자체가 도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보물로 지정된 금령총 금관, 금제허리띠, 감옥팔찌 같은 장신구와 국보로 지정된 도기 기마 인물형 뿔잔, 채화칠기, 유리 용기 등 많은 유물이 있는데, 장신구가 대체로 소형인 점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은 나이 어린 왕족이라 상상한다.
어린 자식을 떠나 보내는 부모의 슬픔이 고스란히 유물에서 드러난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의 허리춤에 부모가 마지막으로 채워준 금방울 두 개가 ‘금령총’이라 부르게 했다. 금령총은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앞에 있다. 1924년 일본인들이 유물을 그냥 쓸어 담는 수준으로 20여 일만에 졸속으로 발굴 조사를 끝냈다고 한다. 2018년~2020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재발굴했다. 재발굴이지만 기간은 3년으로 정성을 다해 무덤과 호석 주변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냈다.
그것을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전시 중이다. 바로 옆에 어린이 박물관에서 같은 주제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시간별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지역의 어린이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
특별전시실을 나오며 안내데스크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싶다고 하니 도록뿐이라며 박물관 입구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라고 했다. 거기에도 이번 특별전의 기념품은 없었다. 지난주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으로 ‘합스부르크가 600년’ 전시를 보았다. 많은 굿즈가 있어서 한참을 둘러보고 기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이젠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도 기념품 가게에 들어와 금령총의 방울 귀걸이를 사서 기마 인물형 뿔잔이 새겨진 에코백에 담아 박물관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