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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우울증 주의보

등록일 2022-12-18 17:45 게재일 2022-12-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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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고운 단풍이 낙엽이 되고, 상쾌한 가을 바람 스산한 바람 되는 늦가을을 넘어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 어둡고 추운 겨울로 계절이 바뀔 때 우리는 마음과 몸의 변화를 겪곤 한다.

떨어진 낙엽에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넘어 생명의 쇠진함을 느끼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다 못해 울적해진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무기력해지며 자도자도 피곤하며 단 것이 자꾸 당기고 식욕은 부쩍 늘고 뱃살도 는다.

이런 증상들은 겨울의 문턱에 자리한 늦가을에 시작하여 겨울에 많이 나타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성인의 약 15%가 겨울철이 되면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는 일시적인 우울감을 보이고, 2~3%는 소위 ‘겨울철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계절에 반복되는 우울증, 소위 계절을 앓는 사람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 중 가장 흔하고 심한 소위 ‘겨울철 우울증’은 남위도 지역보다 북위도 지역에 더 많으며 11월과 12월에 가장 악화한다. 또한, 여성이 전체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20∼40대 여성에서 계절성 감정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겨울철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으나, 현재까지 밝혀진 주요 생물학적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겨울철에 일조량이 줄어 비타민D 합성과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햇빛을 통해 비타민 D를 합성하며 비타민 D는 행복한 감정과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데 일조량이 줄어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 세로토닌 결핍이 일어나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 두 번째는 겨울철에 낮이 짧고 밤이 길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과다 분비돼 수면 욕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겨울철 우울증은 전형적인 우울증과 다른 증상 양상을 보인다.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정신운동성 초조, 식욕저하, 체중감소, 불면을 나타낸다. 그러나 겨울철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보다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더 특징적이다. 정신운동성 초조보다는 정신운동성 지체가 심하여 팔다리가 마치 납처럼 무거워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고 식욕이 늘어나는 기현상(奇現象)을 경험한다. 특히 달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잠들기 전에 식욕 증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에 밤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겨울철 우울증의 경우,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온종일 자고 싶다.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는다.

겨울철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햇볕 쬐기와 운동이다. 첫째, 겨울철 우울증의 원인이 일조량 부족에서 오기 때문에 답은 햇빛이다. 온몸으로 햇빛을 맞이하자. 햇볕을 많이 쬐면 망막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뇌를 자극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매일 낮 시간에 30분 이상 햇볕을 쬐고 비타민 D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한다.

다만, 비타민D의 복용은 과잉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우울할 때는 몸을 움직이자. 우울할 때 우울한 기분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우울할 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세로토닌 등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

연구에 의하면, 걷기 시작 5분 후부터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해 15분 후에는 최고도에 다다른다고 한다.

걷기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보폭을 넓히고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햇볕을 쬐며 걸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춥다고 실내에서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움직이는 시간을 늘릴수록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고 운동을 통해 칼로리를 소모하면 겨울철 우울증의 폭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도 예방할 수 있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겪을 수 있지만, 때로는 감기가 심해져서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하듯 감기라고 마냥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겨울철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겨울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진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스스로 병원을 찾듯, 만약 겨울철 우울증 증상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의학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 등에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해 후에 심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을 앓는 동안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자살 등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겨울철 우울증의 치료방법으로는 일반적인 실내조명보다 약 20배 정도 강한 밝기인 1만룩스(lux) 정도의 광선을 쪼여주는 광선치료와 선택적 세로토닌재 흡수억제제와 같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약물치료, 부정적인 인지왜곡을 긍정적인 인지체계로 바꾸고 활동을 많이 하도록 해주는 인지행동치료 등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은 일조량이 적어 어둡고 추운 날씨지만 마음만은 밝고 따뜻한 계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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