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땅이 좁아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하기에 어려운 나라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일조량이 부족해서 태양광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모두 잘못된 편견이다. 지난해 말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2%였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70%는 돼야 한다. 통계적으로 2050년 총 에너지의 7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 면적의 3.5~4.0%의 토지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태양광 설치 조례는 △절대농지의 경우 태양광 설치가 아예 안 되고 △인가(마을)에서 300~500m 이상 떨어져야 하며 △군도(郡道) 이상 도로에서 300~5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도로에서 1천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조례도 있다. 이는 독일처럼 신·재생에너지 설치에 관한 별도의 법령 없이 국토부 건축법 시행령에 근거해서 일반 건축물 건축 시행령에 따라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인·허가를 함으로써 생긴 문제이다. 현 조례대로 할 경우 구미시를 예로들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토지가 0.09%에 불과하다.
건축법 시행령에 근거하다 보니, 농지에 건축물을 짓지 못하듯이 태양광 발전소도 농지에 설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태양광 시설이 환경문제가 제기되는 산이나 저수지로 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지는 국토 면적의 18% 정도이다. 농지 20~25%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면 2050년에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70~75%까지 올라갈 수 있다. 다른 나라사례를 보면, 이웃 일본은 일찍부터 논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경작과 함께 하는 ‘영농복합형 태양광’이라는 방안을 찾았다. 경작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땅이 평평하기 때문에 공사하기도 용이하다. 논에는 햇빛도 많이 들기 때문에 광 효율도 높아 유럽과 미국도 경작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지법에 따라 농지에 건축행위를 하면 10년 만에 철거해야 한다. 수명 25년인 태양광을 10년 만에 철거하면 경제성이 없어 태양광 시설을 논·밭에 설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농지는 ‘식량안보’라는 틀에 갇혀서 쉽게 용도변경이 안되며, 용도 변경을 하더라도 추가로 부담금이 많이 든다.
경제성을 보면, 농사를 지을 경우 쌀은 200평당 연간 5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것도 경지 정리되고, 기계 영농이 가능한 곳의 이야기다. 일반 논은 200평 농사를 지으면 쌀 2포대(40kg) 정도 임대료로 받는다. 8만~10만 원 정도다. 그러니 버려진 논과 밭이 부지기수이다. 농사를 짓는 논·밭도 ‘직불금’ 때문에 농사짓는 시늉만 하는 곳이 많다. 직불금은 100평당 10만 원 내외 정도 받는다. 대신 논·밭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300평에 100kWh 규모의 시설을 할 수 있다. 태양광 시설비를 제외하면 매월 300평당 150만 원 이상의 전기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쌀농사보다 매년 20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시설비는 5~6년 치 태양광 수익정도로 계산하면 된다. 버려지고 방치된 농지가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바뀌면 산업계는 ‘RE100’도 달성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기회가 된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농지법 근거는 식량안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락논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논·밭은 기계화 영농을 하기에 충분하지도 적당하지도 않다. 산업화되기 전 농사만 지어서 살던 시절,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기에 맞을 정도의 토지 면적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은 국토의 67% 정도가 산지이고 18%가 농지다. 자동화 시설을 도입해 규모의 농사를 짓더라도 충분한 식량 자급을 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시작한 산업화를 통해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했으며 독일, 일본 등과 함께 선진 제조업 강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세계 7위다.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게 에너지 사용량도 세계 8위다. 나라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제조업을 지탱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1960년대 이전에 제정한 농지법의 각종 제한으로 인해 농지는 버려지고 산업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빈국으로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각 시·군의 공업단지 주변 농지에 태양광 설비를 해서 공단입주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기업도 살고 산업 생태계도 새롭게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이 자급되는 것 외에는 모든 작물이 95% 이상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기계화 영농이 가능한 일부 논은 영농복합형 태양광을 설치하고, 이를 포함해서 농지 20~25% 정도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한다면 쌀 자급도 훼손하지 않고 에너지 안보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해 현재 우리나라는 초유의 무역적자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토의 3.5~4%, 농지의 20~25%만 잘 활용하면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자립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도 RE100을 달성해 최적의 산업생태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