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이곳 동해안 포항은 아직 눈 소식이 없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 산불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만 들린다.
이제 추수한 곡식이 쌓여있는 곳간을 보며 일 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농한기이다. 김장을 담그고 메주도 쑤고 보리밟기도 하는 계절, 흰 눈이 소복이 내리면 아이들과 눈사람도 만들어 보고 싶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 하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들판에 눈이 쌓이면 그 밑에서 푸른 보리는 봄의 꿈을 키우겠지….
이 한겨울에 ‘열사의 나라’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는 투혼과 모두의 마음을 모은 붉은 악마의 응원으로 뜨겁게 하나 되어 월드컵 16강의 기적을 일구어냈으나 태극전사들은 최강팀 브라질을 맞아 초반의 긴장감을 가진 탓인지 아쉽게도 8강에 오르지는 못했다. 시원하게 터진 중거리 슛 한 골,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달래며 4년 후 승리의 영광을 꿈꾸어 보자.
10일은 세계인권 선언일이다, 1948년 파리에서 열린 제3회 유엔총회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인권침해가 극심했던 쓰린 역사를 뒤돌아보며, 인간으로서 자유와 기본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노동자 단결권, 교육의 권리,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 등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선언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화물연대 운송자들을 중심으로 최저시급, 안전운임제 등을 내세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킨다’는 외침으로 집단운송거부를 하며 총파업 보름째를 맞고 있다. 여기에 건설 노조와 서비스 연맹 등은 참가했지만 철강과 시멘트, 레미콘 등의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노조 등이 탈퇴와 불참을 하는 등 불협화를 보이고 있다.
대설의 계절에 하얀 눈이 쌓이면 우리 국민의 마음도 맑아지려나. 사회와 경제가 안전한 국가,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그리고 관용과 신뢰로 이어진 조직을 모두가 바라고 있지만 이루기에는 참으로 먼 세상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마지막, 정부와 노동계가 강력 일변도의 대립 관계를 끌고 가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정책과 행동으로, 먹이를 다투는 호랑이의 포효를 멈추고 사이좋게 떡방아를 찍고 있는 두 마리 토끼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9일부터 사흘간 제20회 경북과학 축전이 포항운동장 만인당에서 ‘경북을 보다 과학을 읽다 미래를 쓰다’라는 주제로 AI, 로봇, 메타버스 등 체험 부스 운영으로 100개가 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하니 차가워지는 겨울 속의 축제마당을 찾아 축하공연도 보며 따뜻하게 즐겨보자.
올해 ‘호미곶 해맞이 축제’행사는 취소됐다. 3년 만에 열리는가 기대했었는데 아직 꺼지지 않은 코로나 열기와 수많은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취소되어 상생의 손은 손님을 맞지 못하게 됐고,‘토끼의 해’새해 첫날, 붉은 일출 위로 계수나무 밑에서 놀던 토끼가 내려와 춤추는 환상을 그려보려는데 또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겨울 가뭄이 계속되는 12월, 아직 큰 눈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잘 익은 고구마 구워 먹으며 멋진 설국(雪國)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