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야 추위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겨울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되는 것이 구룡포 바닷가 덕장이나 죽도시장 건어물 거리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반쯤 마른 꽁치 과메기, 또 그 맛이다.
과메기는 관목(貫目), 즉 ‘눈을 꿰다’는 말에서 ‘목’을 ‘메기’로 부른 사투리가 굳어진 것이라 하며, 청어나 꽁치를 통째로 짚끈에 묶어 약 1주일간 바닷가 찬바람에 말린 반 건어물로 포항 지역 특산품이다. 원래 가마솥 부엌의 연기로 그슬며 말렸다 얼렸다 하는 ‘엮걸이’ 통 과메기가 전통 방식이었고 조금은 비린 맛과 물컹한 식감이 좋은 훈제였는데 요즘은 반으로 잘라서 말린 ‘배지기’ ‘편 과메기’가 대세이고 11월부터 건조설비를 이용하여 말리기도 한다. 나는 청어 과메기가 귀한 탓인지 맛은 더 있는 것 같다.
시장에서 과메기를 고르다 보면 ‘발 과메기’라고 있기에 ‘발로 밟아서 숙성시키나?’했더니 발(足)이 아니고 해변에 즐비한 덕장의 발(簾)에 걸어 말렸다는 뜻이란다. 10여 년 전까지는 20마리씩 엮어놓은 것을 사서 아파트 뒤쪽 외벽에 걸어두고 한 마리씩 빼먹곤 했는데 가끔 큰 새들이 매달려 쪼아먹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제대로 말리면 짠 내나 비린내가 없고 초고추장에 찍어 알배추나 깻잎, 생미역 또는 생김에 싸서 먹으며 소주 한잔 마시는 것도 겨울의 별미요 낭만이다. 예전에는 주점 난롯가에 앉아 껍질을 직접 벗겨 먹고 구워 먹는 맛도 있었다. 언젠가 여름철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과메기를 그대로 먹어봤더니 푸석하게 씹히며 맛은 어디 가고 없다. 과메기는 겨울철 음식인 것이 틀림없다.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 등 영양분이 많아서 혈관과 뼈, 두뇌와 눈의 건강에 좋고 노화 방지 등에도 효과가 많다고 하지만 꾸덕한 기름 덩어리가 산패되지 않도록 잘 보관해서 먹어야 한다.
12월 3일과 4일 이틀간 과메기 특구로 지정된 구룡포의 과메기 문화거리 ‘아라광장’에서 코로나로 2년간 열리지 못했던 제23회 과메기축제가 열린다. 힌남노 태풍의 피해를 극복하는 힘을 보태자는 마음으로 ‘바다와 바람이 키운 자연 그대로의 맛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구룡포 과메기’를 표방하며 축하공연과 가요제, 그리고 깜짝 경매까지 열린다니 옷 두껍게 입고 둘러보며 시식도 해보고 포항 지방의 특산물을 K-푸드로서의 가치를 높여보자.
매년 연말이면 가족과 친지, 지인들에게 채소와 고추장 등으로 푸짐하게 꾸며져 잘 손질된 과메기 1세트씩을 보내어 맛보게 한다. 모두 잘 먹었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내년 겨울이 기다려진다며 웃음을 전해오면 나 또한 50여 년 전 낯선 포항에 와서 처음 과메기를 맛본 기억들이 생생하다. 자랑하듯 꽁치 과메기를 먹으러 가자고 하기에 그 작고 마른 꽁치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꽁치는 ‘양미리’였고 사투리로 알았던‘삼마’는 일본말이었던 것이다. 과메기 꽁치가 통째로 식탁에 올라왔고 각자 껍질을 벗겨 먹으며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새롭다.
올해도 첫눈이 내리면 겨울의 맛, 과메기에 꽂혀 요즘 어수선한 세태의 씁쓸한 맛을 날려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