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엔 포항남·북부소방서 55명·일반인 9명 <br/>이동빈 하사·김제규 소방교 등 영예의 주인공
서울 용산 이태원 압사 참사로 ‘하트세이버(Heart Saver)’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 멈춘 심장을 살려내는 사람들을 일러 하트세이버(Heart Saver)라 부른다.
촌각을 다투는 심정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하트세이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심장이 멈춘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혼신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펼치는 사람들이 눈길을 모았다.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은 하트세이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소방본부는 심폐소생술(CPR)과 심장충격기 사용 등 응급처치를 통해 심정지환자를 소생시킨 사람에게 하트세이브 인증서 및 하트세이버 배지를 수여하고 있다.
귀중한 생명을 살린 이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적극적인 응급처치를 유도하고자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구급대원을 포함한 일반 시민 모두가 수여 대상에 해당한다.
현재 포항에는 포항남·북부소방서 직원 55명과 일반인 9명이 하트세이버를 받았다.
육군 50사단 장사대대 소속 이동빈(26) 하사와 포항남부소방서 해도119안전센터 소속 김제규(34) 소방교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이동빈 하사는 지난 1월 26일 오전 6시 30분쯤 부대 상황실에서 야간 상황 간부 임무 수행을 하던 중 전입해 온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신병이 창백한 표정으로 상황실에 들어와 “같은 생활관 병장 한 명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보고를 받고 바로 생활관으로 뛰어가 보니 병장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그는 호흡이 멈춘 것을 확인하자마자 119에 전화했다. 심정지라는 구급대원의 판단 이후, 구급대원에게 유선으로 통제받으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구급대원이 부대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10분은 정말 숨 막히는 시간이었지만 이 하사의 빠른 응급처치 덕에 호흡이 돌아온 병장은 소방대원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현재 병장은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았다.
이 하사는 “군 교육기관과 부대에서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기에 ‘배운 대로만 하면 문제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침착하게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며 “누구든 위급한 상황이 닥친다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간부로서 다른 누구보다 앞장서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4일 구급지도를 통한 심폐소생술로 소생에 기여하며 포항북부소방서로부터 ‘하트세이버’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 하사는 “5개월 후 전역한 뒤에도 명예로운 ‘하트세이버’로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심폐소생술 중요성을 전파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주인공인 김제규 소방교는 9년차 베테랑 소방대원이다.
연일119안전센터 소속 대원으로 근무할 당시 하루 두 명의 생명을 구해내며 두 개의 하트세이버 배지를 받는 영예를 안았다.
김 소방교는 지난 2월 7일 자정과 새벽 4시 포항시 북구 용흥동 등 북구지역에서 보호자로부터 심정지 신고를 접수했다. 신속한 출동과 정확한 응급처치로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모두 지켜냈다.
그는 “심장이 멈췄던 이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났다는 의미다. 상도 좋지만, 시민분들께 도움이 됐다니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며 “생존확률을 더욱 높이고자 현장·수기를 아우르며 공부하고 노력할 것”이라 말하며 웃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