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교육부 존재의 의미

등록일 2022-10-23 19:42 게재일 2022-10-24 16면
스크랩버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교육부가 고위 공무원이 파견되던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임명하던 자리를 개방하고 총장이 사무국장 임용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사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공무원 임용은 원칙적으로 배제된다고 한다.

대학 사무국장은 예산 편성, 인사 업무 등을 총괄하는 주요 보직이다. 그동안, 대학에선 교육부의 사무국장 임용권이 대학 관리·통제 수단으로 변질했다며 총장에게 임용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고 이에 이번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독립성 차원에서 화답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대학 간섭은 늘 대학 자율성의 화두가 되어 왔다. 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아마도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 가끔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정책이 있긴 해도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대학정원 결정을 교육부가 갖고 있다. 이는 대학을 규제하는 무기로 종종 쓰인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어왔다. 교육부가 대학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에서부터 대학 구조조정까지 여러 가지로 대학을 규제하여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대부분이 대학에 가는 국가이며 이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

대학 진학률이 최상위인 반면 대학의 자율성은 최하위일지도 모른다. 자율화가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와 교육부가 재정을 무기로 대학을 컨트롤 하겠다는 발상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다.

교육부는 대학의 창의와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것 이외에는 대학이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대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교육부 폐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이 안 나오려면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좀 더 잘 구분해야 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입학정원 감소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학을 규제하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육부가 평시에도 대학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대학의 고통은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고통을 받게 될 지역 군소 대학이나 전문대 같은 취약 대학에 좀 더 많은 지원책을 입안하여 그러한 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평가는 필요하고 평가를 징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평소에 규제의 칼을 사용하던 교육부는 이제 대학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하면서 인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창조적·발전적인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매우 바람직한 발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육부가 국립대학 사무국장을 대기발령 낸 것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대학본부와 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교육부 공무원의 반발이 심해 보인다.

결국 자기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타 부처나 민간인에게도 이러한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한 인재들은 많을 것이다. 다만, 공개 모집에 교육부 공무원도 응모 자격을 주는 것은 고려해 볼만하다. 아마도 그러한 자격을 주면 또다시 정실이 작용될 우려가 있기에 교육부 공무원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교육정책 전문가의 의견과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의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공무원 노조는 현재의 개방형 직위의 문제점과 기존 사무국장의 출신별 호응적합도 내지 만족도 등의 조사·분석도 병행해 제대로 된 인사개편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점은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사실상 국립대학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조치이외에도 장기적·체계적 방안이 필요하고 사무국장 공개모집안은 그런 장기 전략의 맥락 안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대부분의 국가가 교육부가 있다는 관점에서 교육부 폐지는 지나친 주장이지만,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교육정책을 펴는 것은 OECD 국가의 멤버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격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사무국장 개방안이 슬기롭게 해결되어 잘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