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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사랑꾼 ‘경산떡집 갱수기’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2-10-23 18:15 게재일 2022-10-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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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장 내 경산떡집 이경숙 대표<br/>다양한 떡에 놀라고 맛에 또 한 번 놀라<br/>30대에 자율방범대 회장으로 봉사 시작 <br/>종횡무진 활약에 ‘떴다 갱수기’ 별명
손님을 맞는 경산떡집 이경숙 대표.
경산시 중심에는 시민들의 삶과 애환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경산시장이 있다. 그곳에선 경산떡집 ‘떴다 사랑꾼 갱수기’ 이경숙(61) 대표를 만날 수 있다. 올해로 떡 만들기 경력 20년차로 경산시장에 뿌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8년.

이 대표의 떡은 다양한 종류에 놀라고 맛에 놀란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듣고 있다. 통팥을 삶아 얹은 팥시루떡, 밤과 콩 등을 넣은 영양떡, 무늬를 새겨 넣은 절편, 감자떡, 바람떡 등 종류도 20여 가지나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경숙 대표는 30대 후반에 중방동 자율방범대 초대회장을 맡아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교통봉사, 노인들을 위한 급식봉사 등을 하면서 단체의 총무, 이사, 부회장, 회장을 지내며 종횡무진 뛰는 바람에 ‘떴다 갱수기’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

“사업이 주업입니까? 봉사가 주업입니까?”라고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봉사는 이제 중독이 된 듯합니다. 무엇이 주업이든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이웃들이 어느 날 그러더라구요. ‘떡집 망할 일 있냐’고. 또 아이들 돌보는 건 등한시 한다고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몫과 역할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하려 하면 못할 게 없는 무한대의 힘이 나오나 봐요. 떡집도 그런대로 잘 됐고,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라 당당한 성인이 됐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역시 봉사로 다져진 내공은 달라 보였다. 떡을 사러 온 단골손님이 있어 이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를 부탁했다.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대할 때는 본심으로 대하지요. 제가 알기론 떡을 준비할 때 쌀을 몇 되씩 더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더해서 이곳저곳에 나눠야 하기 때문이라더군요. 옆집 장애인가정도 이곳 단골인데 몸이 불편해 자주 못 나오는 걸 알고 현관 손잡이에 떡을 걸어놓고 가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렇게 나누는 떡이 상당하더라고요. 그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손님의 말이 길게 이어지자 이 대표가 말을 막았다. “아이고 왜 이러세요. 부끄럽게. 하하.”

이 대표는 말한다. 봉사가 늘 쉽지만은 않았다고. 특히 가까운 사람들이 “봉사는 무슨 봉사야. 떡 팔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할 때가 그랬다. 단체 임원을 할 때도 욕심이 많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스스로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앞으로도 그냥 하던 대로 할 겁니다. 나이를 먹었으니 그만한 값도 해야죠”라며 이 대표가 해맑게 웃었다.

시대가 변하니 시장도 예전 같지 않아 손님의 발길도 줄었고, 서구식 입맛에 맞는 빵에 밀려 떡의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 대표 부부는 끊임없이 맛과 영양을 담은 상품을 개발했고, 배달판매와 택배판매, 방문판매 등으로 판로도 넓혀가며 떡집 이름을 알리고 있다.

긍정의 아이콘 ‘갱수기 언니’.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출출하겠다”며 담아내는 떡 접시에 담긴 사랑은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 훈훈한 인심에 정답게 웃는 시민들 모습이 아름다웠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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