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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가득한 ‘아람 옛길’을 걷다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2-10-23 18:15 게재일 2022-10-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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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과 만날 수 있는 아람 옛길.
봉화 늘미마을을 지나 산길을 지나고 곱게 휘어진 강변 길. 일상의 고됨도 잊고 천천히 걸어보라는 정겨운 고향길 같은 오지 길이다. 화전민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길을 따라 가을을 만끽한다.

낙동강 물소리가 아름다운 오솔길, 세상에 무심한 산천, 이런 고립감도 참으로 여유롭다. 오지는 농도 짙은 외로움과 세상으로부터 해방,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곳. 늘미마을에서 아람마을까지의 오지 길은 자연의 청정함을 가지고 있다

‘아람 옛길’은 옛날 봉화 명호면 재산면의 주민들이 춘양장을 보러 다니던 길로 늘미마을 아람 옛길 이정표를 시작으로 눌산쉼터-윗마그내-멀골-솔밭쉼터-석문-자라바위-아람솔밭 등으로 이어진다.

우물이 두 군데 있고, 샘이 세 군데 있는 옛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정겨운 길이기도 하다. 오지의 한두 채 집과 가을걷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오랜 세월이 깃든 풍경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진 길이 이어진다. 산봉우리가 파도처럼 다가서고 확 트인 시야가 세상에 없는 쉼을 준다.

시간이 멈춘 풍경 속에 헛헛한 사람살이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비친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서니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 깊숙이 전해온다. 강물과 길이 만나는 자리에는 솔숲이 쉬어가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흐르는 물 소리 바람 소리 그윽할 때 초록빛 물길이 산자락을 휘감는다.

아람솔밭에서 바라보면 지척에 와호정사라는 정자가 빼어난 경치와 함께 자연 속에 들어앉았다. 정자 앞 바위가 거위의 형상을 닮아 이곳 지명을 ‘아람’이라 했고, 한자 표기로 아호라했다고 한다.

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도 보이고, 지금은 폐교가 돼 마을 된장을 만드는 사업체로 운영되는 눌산분교에서 아람 옛길이 시작해 야트막한 고갯길을 넘으면 마그내재다. 여기까지는 포장이 된 도로이며, 이곳을 벗어나면 비포장 산길로 접어든다.

멀골 솔밭에서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람 솔밭까지는 강줄기를 따라간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낙동강 강 길에서 또 하나의 옛이야기를 찾는다.

옛날 봉화 눌산리 아람마을에 잘생긴 김씨 도령이 살고 있었고, 건넛마을에는 맘씨 고운 낭자가 살았다고 한다. 둘은 서로 사랑했는데 어느 해 마을에 큰 홍수가 나서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이 슬픈 인연을 잊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람 옛길은 이처럼 서럽고도 아름다운 설화도 품고 있다.

아람 옛길은 옛날 사람들이 장 보러 다녔던 삶의 길이었고, 그 삶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고향 가는 마음으로 다시 길을 걷는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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