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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 농지를 활용하면 된다

등록일 2022-10-16 18:16 게재일 2022-10-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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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문재인 정권은 임기를 8개월여 앞둔 2021년 9월 30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2018년 기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목표였다. 산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AMCHAM’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오히려 35%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 후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월 3일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30%에서 21.5%로 낮추자 이번에도 산업계에서 난리가 났다. 목표치가 너무 낮아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기업들의 무역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지 못한 탓이라고 하겠다.

지난 2020년 소니를 비롯한 상당수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주지 않는다면 일본을 떠나겠다고 경고한 적도 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0%대에서 38.6%로 늘렸다.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국제흐름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가 기업 6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까지 40%는 넘어야 해외 수준만큼의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 목표치 21.5%의 두 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대기업 10곳 중 3곳이 ‘협력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다’고 했다.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에 관한 법규가 따로 없어 국토부의 건축 시행령과 기초자치단체별 조례에 의거해 발전소 설립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군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 규정이 다르다. 특히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중금속 오염과 전자파 피해가 많다는 오해)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태양광 발전소를 논밭과 같은 농지에 설치하는 것도 힘들다. 농지법에 따라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보다 오염이 덜하고 설치가 쉬운데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소를 농지에 설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농민들이 농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할 경우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첫째, 소득에 있어서 쌀농사를 지으면 200평 기준 조수익이 100만 원 정도이지만, 태양광을 설치하면 조수익이 2천만원 정도로 20배 정도 된다. 둘째, 농사를 지으면 비료, 농약살포로 인해 환경파괴와 토양오염이 심각해진다. 그러나 태양광의 발전 원료인 햇볕은 무공해고 공짜다. 가끔씩 마른 수건으로 청소만 해주면 되고, 25년 쓴 자재는 100% 재활용되어 환경공해가 거의 없다. 셋째,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지주들이 직접 땅을 내놓는 ‘주민 주도형’으로 해서 마을 단위의 대규모로 할 경우 시공 자금 유치나 시공사 유치가 쉽고, 민원의 소지도 없어진다. ‘주민 주도형’으로 진행하면 행정기관에서 적극 지원도 유도할 수 있다. 넷째, 현재 농촌에는 고령화로 인해 농지는 방치되고 마을도 소멸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마을당 3만 KW급 태양광 발전소 1기를 설립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100개 정도 생겨 농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바꿀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것만으로도 농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보다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여건이 훨씬 더 낫다. 독일은 우리보다 한참 북쪽인 북위 50° 이상에 대부분 국토가 있고 일조량도 1년 1천56시간(일 2.89시간)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가 대부분 38° 밑에 있고 일조량도 1천459시간(1일 3.99시간)으로 독일보다 38% 더 많다.

독일은 오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65%, 2040년에는 80% 달성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늦게 출발했으니만큼 2030년에는 40%, 2040년 60%, 2050년 80%를 꼭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의 4% 내외, 전국 농지의 25~30%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가능한 목표다. 한국도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구한말의 개항 못지않게 에너지 안보가 중대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국토의 4% 정도, 농지의 25~30% 정도만 태양광 발전소로 활용하면 충분히 에너지 안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농촌에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일자리가 대거 생겨나 기초자치단체 소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970년대부터 50여 년간에 걸쳐 일궈놓은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을 신재생에너지 장벽에 부딪혀 망가뜨리는 어리석음을 윤석열 정부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21세기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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