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면 505㎜ ·오천읍 463㎜<br/>시내 344㎜ ·구룡포 321㎜ 내려<br/>지역 내 펌프장 모두 36개 있지만<br/>시간당 40 ㎜ 소화로는 ‘역부족’<br/>남구지역 하천 곳곳 범람하면서<br/>마을 주민 수천여 명 대피 사태
포항시가 초대형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아 초토화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포항에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며 포항시가지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침수됐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과 연일, 대송 지역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실종자와 사망자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수천 명의 마을 주민이 대피를 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습침수구역에 설치된 빗물 펌프장이 오수가 역류하는 등 제구실을 하지못해 이번 피해를 더욱 키우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대송면에는 지난 4일 0시부터 6일 오전 5시까지 411㎜의 비가 쏟아졌다. 6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구룡포에는 40.5㎜의 폭우가 내렸다.
그로인해 남구 대송면 칠성천과 우복천, 장기면 대화천과 장기천, 중앙동 학산천, 동해면 지바우천에 물이 넘쳐 인근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주민 700여명은 마을회관과 복지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힌남노’가 포스코 등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의 공장가동을 멈춰 세웠다.
포항제철소는 ‘힌남노’가 6일 오전에 포항을 지나갈 것이란 예보에 따라 이날 오전에 고로(용광로)를 포함해 전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현대체철 포항공장도 이날 오전 5시부터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자 공장가동을 멈췄다.
이같은 상황에 포항시가지 전역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을 강제적으로 강이나 하천으로 방류시키는 역할을 하는 빗물 펌프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로 6일 기준 포항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221.1㎜을 기록했다. 이중 동해면이 505.5㎜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고, 오천읍 463.5㎜, 오천갈평 412.0㎜, 대송면 386.0㎜, 연일읍 375.5㎜, 시내 344.9㎜, 구룡포 321.5㎜ 등 대부분 지역에서 100㎜가 넘는 높은 강수량을 보였다.
이들 비를 수용할 펌프장은 지역 내에 모두 36개(빗물펌프장 15개, 간이펌프장 21개)가 존재하고 있다.
배수펌프장은 해당 구조물을 설계할 때 산출하는 수문량의 발생 빈도인 ‘설계빈도’에 따라 수용 가능한 빗물의 용량이 결정되는데, 보통 10년, 30년, 50년 주기의 빈도를 가진다. 즉 설계빈도 10년이라는 것은 10년 동안 내린 가장 많은 비를 흘려보낼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가장 큰 용량을 지닌 30년 빈도로 설계된 형산강 빗물펌프장의 용량은 1천200마력으로 시간당 최대 60mm의 비만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지역의 모든 빗물 펌프장이 가동하고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최대 시간당 60mm의 빗물만 소화할 수 있었다. 결국 많은 비를 머금은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지나자 지역 저지대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토대로 산출했을 때 지역에 설치된 빗물 펌프장 중 이번 태풍에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침수를 막을 수 있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수 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된 빗물 펌프장이 이번과 같은 호우에는 무용지물로 전락해 화를 더욱 키우게 됐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번 태풍에서는 모든 펌프장에서 펌프가 작동했고, 끝까지 펌프를 돌렸다”며 “형산강 빗물펌프장의 경우 최대 30년 빈도로 펌프장 설계를 해놨고, 60㎜의 이하의 비가 내렸으면 수용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비가 와서 펌프장이 모든 빗물을 수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