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달력을 넘겨보니 15개가 넘는 기념일이 보인다. 어떤 날은 하루에 2개씩이나 중첩되어 있고, 처음 알게 된 기념일도 수두룩하다. 자연순환의 날,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 세계 차 없는 날 등 환경에 관한 날들과 사회복지의 날,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치매 극복의 날, 세계 심장의 날 등 인류의 보건에 관한 기념일도 많다. 우리에게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보전하여 인간의 삶의 가치를 드높이자는 각오를 다지려는 것이다.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다. 우리나라가 대기오염의 경각심을 높이고 청정대기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제안하여 채택된 첫 유엔 공식 기념일인데 올해가 3회째이다.
올 추석은 초순에 들어 좀 이른 편이다. 이번 태풍 11호 ‘힌남노’는 오키나와 남쪽 바다에서 서쪽으로 가다가 잠깐 멈칫하여 초강력 힘을 얻고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대한해협을 지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있다. 어릴 적 추석날 덮친 태풍 사라호에 담장이 날아갔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주말에는 가족나들이 겸 산소에 가서 벌초도 하면 좋겠다. 산길을 가다 보면 ‘살아서 몸 백 년 보존하기 힘들고 죽어서 무덤 백 년 보존하기 어렵다’는 명심보감의 말처럼, 허물어지고 잡초 무성한 묘소가 많이 보이는 것도 안타깝다.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날씨 탓에 추석 상 차리기가 부담될 거라고 하지만 조상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예의만 있으면 간소하게 차린들 어떠하랴.
초·중·고 각급 학교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모든 학교가 정상 등교로 교문을 열고 대면 수업으로 그동안 막혔던 마음의 문도 열겠지만, 급식시설과 기숙사 등의 소독과 환기도 철저히 하여 방역관리의 강화도 필요하며, 학교 상황에 따라 원격수업도 유동적이다. 코로나 확진자는 8월 중순 최고점을 찍고 9월 들어 10만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지만 경북 5천, 포항 1천 명을 오르내리며 우리에게 푸른 가을 하늘을 그리게 한다. 재감염률도 7%를 넘고 17세 미만이 약 40% 정도라니 아직은 방심할 단계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어 곡물과 에너지 공급의 길을 막아 세계는 환율과 금리인상 등의 불안에 떨고, 국내 정계는 여야 당파 간의 불협화와 대통령실의 갈팡질팡 인재 채용으로 국가위기 해결과 국제적 위상 정립은 내팽개치고 당규 싸움과 내부 분탕질이나 하고 있으니 이 고질병을 고치는 백신은 없을까…. 아! 구월이여.
9월이 왔다.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는 시골집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보며 ‘멍 때리기’를 하노라면 6, 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영화 ‘9월이 오면’의 경쾌한 음률이 흐릿한 기억을 살린다.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의 ‘9월의 기도’를 마음속으로 읊조리며 9월의 꿈, 그 맑고 푸른 하늘에 들꽃의 향기를 날리고 싶다.